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합병 반대한 CEO 퇴출

1분기 실적발표 앞두고 밥 배키시 CEO 사임 발표
사업부 부문장 3명이 ''CEO 오피스'' 꾸려 대신하기로
배키시, 주주희석 문제로 합병 반대…이사회와 충돌
"투자자 입장에선 배키시 경영 불만족…예견됐던 일"
  • 등록 2024-04-30 오전 9:59:46

    수정 2024-04-30 오전 9:59: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의 미디어 콘텐츠 기업인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스카이댄스 미디어와의 합병을 반대해온 밥 배키시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했다.

(사진=AFP)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이사회는 이날 1분기 실적공개를 앞두고 배키시 CEO의 사임 소식을 전하며, 세 명의 사업부 부문장으로 구성된 ‘CEO 오피스’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지 칙스 CBS CEO, 쇼타임·MTV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 및 파라마운트미디어네트웍스를 총괄하는 크리스 맥카시 CEO, 브라이언 로빈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CEO가 스카이댄스와의 합병 논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는 이달 초부터 스카이댄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배타적 합병 논의’(Exclusive merger discussions)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음달 3일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스카이댄스는 오라클 창업자인 라리 엘리슨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운영하는 독립 제작사다. 컨소시엄엔 레드버드캐피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참여하고 있다.

배키시 CEO의 사임은 사실상 예견됐던 일이다. 가장 최근에 알려진 인수·합병(M&A) 거래 조건에 따르면 스카이댄스 측은 파라마운트의 지주회사인 내셔널어뮤즈먼트(NAI)를 20억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구매할 예정이다. 이는 이전에 양측이 논의된 가격보다 적은 금액이다. 이에 배키시 CEO는 주주 희석을 문제삼으면서 스카이댄스와의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해왔다. 이 때문에 그는 NAI의 최대 주주이자 파라마운트 이사회 의장인 샤리 레드스톤과 의견 충돌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신뢰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배키시 CEO 관점에선 파라마운트가 스트리밍 분야에서 큰 진전을 이루고, 주요 미국프로풋볼(NFL) 권리를 갱신하고, 케이블TV 운영을 간소화하고, ‘탑건: 매버릭’과 같은 일부 할리우드 히트작을 기록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TV 사업이 위축되고 스트리밍 부문에서 손실이 쌓여 회사의 시장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일부 주주들도 배키시 CEO와 마찬가지로 이번 거래가 자신들에게 불공정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NAI가 보유한 파라마운트 지분이 10%에 불과하지만 의결권은 77%에 달해 일반 주주들의 희생으로 레드스톤에게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다.

스카이댄스 측과 파라마운트 이사회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이사회는 스카이댄스의 기업가치는 50억달러로 책정됐으며, 합병을 통해 파라마운트의 기존 보통주(클래스B) 가치가 현재 주가 대비 30%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카이댄스 측은 합병 이후 3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며, 이 가운데 3분의 2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보통주 보유 주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나머지는 파라마운트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FT에 “레드스톤의 이익과 주주 사이에 이전보다 더 많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스카이댄스와의 합병은 넷플릭스 등 대규모 스트리밍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고군분투중인 파라마운트의 운명을 되돌릴 것이라는 레드스톤의 확신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레드스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배키시 CEO를 대신할 세 CEO에 대해 “그들은 개발 및 실행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한편 파라마운트는 이날 배키시 CEO의 부재 속에 1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슈퍼볼 경기 중계, 스트리밍 서비스 등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5.8% 늘어난 76억 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시장 전망치(77억 3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순손실은 5억 5400만달러로 1년 전 11억 2000만달러보다 축소됐다. 파라마운트+ 스트리밍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는 7100만명으로 370만명 늘었다. 파라마운트의 주가는 이날 정규장에서 전일대비 2.8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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