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시 韓방위비 증액·보편관세 현실화 가능성↑”

로버트 샤피로 美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트럼프, 우려에도 보편 관세 추진할듯”
“北회담 시도해도 한반도 우선순위 아냐”
“트럼프, 민주주의 위협…사회 전반 변화 예상”
  • 등록 2024-11-06 오전 7:27:12

    수정 2024-11-06 오전 7:27:12

사진=샤피로 교수 제공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그가 공언한 대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서둘러 할 가능성이 크다. 보편적 관세 부과와 마찬가지로 방위비 증액을 세수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카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 47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방위비 분담금과 보편적 관세(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10~20% 추가 부과)에 적극 나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로버트 샤피로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도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견해를 보이며 “트럼프는 방위비 증액과 보편적 관세 요구를 상대국과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만능카드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방위비·보편적 관세를 만능열쇠로 이용”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연극’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적극 뛰어들거나 당장 대북정책에 큰 변화를 시도하진 않을 것으로 봤다. 샤피로 교수는 “그(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국과 북한 문제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남북 문제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아마 대북 정책 수립과 관련된 적임자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서 종종 김 위원장을 언급했으나 중동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현안에 밀려 한반도 문제는 우선순위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지금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아시아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 호주 등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들과 관계를 강화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대북 정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위비 증액과 보편적 관세 부과는 다른 얘기다. 대북 정책을 바꿔 한반도 긴장감을 완화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큰 관심대상이 아니지만, 비용문제는 그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그가 공언한 대로 보편관세를 시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공약인 세금감면 정책 시행에 따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또 무역 상대국과의 거래를 컨트롤하는 만능열쇠로 이용할 수 있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르며 국내 생산을 장려하고자 수입품에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결국 무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 부과 등 경제적·외교적 마찰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샤피로 교수뿐 아니라 다수 경제학자들도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샤피로 교수는 “트럼프는 보편관세를 일종의 무역 및 세금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짚었다.

“美 대선 후 사회·정치·경제 대혼란 겪을 것”

샤피로 교수는 ‘여론 정치학’의 대가로 불린다. 그는 “2020년 대선 못지않게 올해 대선에도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어두운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고 표현했다. 유권자들이 식료품 가격 인상에 시달리는 등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번 대선의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적 성과에 대한 실망감, 1·6 국회의사당 난입 사건처럼 트럼프가 대선에 패배할 시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더 큰 불안감 등이 4년 전과 이번 대선의 차이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와 세계정세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부정 선거를 주장하고 의사당 난입 사건을 선동하는 등 민주주의 기반을 뒤흔들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민주주의 가치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 선거 유세기간에도 패배 시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기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저격하면서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샤피로 교수는 “(보복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시도하더라도 법원에서 이를 기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샤피로 교수는 민주당과 공화당간 분열이 심화하면서 정당의 승리가 정부 정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전보다 확대됐다고 짚었다. 한 정당이 대통령직과 의회를 장악하면 사회보장제도부터 세제까지 주요 정책이 큰 폭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면 보수적 예산 집행, 감세, 복지 프로그램 예산 삭감 등 미국 사회 전반에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샤피로 교수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정치학과 졸업 △시카고대 정치학 석박사 △1982년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교수 임용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학과장 △컬럼비아 사회경제연구정책연구소(ISERP) 소장 대행

그는 여론의 중요성이 간과됐던 1992년 당시 ‘합리적 대중’ 등의 저서를 통해 “대중의 생각은 엘리트 이상으로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내세웠고, 이후 그의 학설은 여론조사 활성화로 이어지는 등 미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주요 연구분야는 미 정치와 공공여론, 정치 리더십, 미디어 등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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