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세난, 중개업자들도 속터진다는데..왜?

집주인들 "무조건 집값 올려달라"..부응 못하면 무능력자 취급
저렴한 전세찾는 세입자들 하소연에 중개업자 한숨..물량 확보 스트레스
  • 등록 2011-09-06 오후 1:49:09

    수정 2011-09-06 오후 1:49:09

[이데일리 류의성 이윤정 기자] "해도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여기가 강남도 아니고 전세금 1억을 올려달라니…집주인들의 요구를 맞춰주기가 갈수록 어려워요"(서울 중계동 J중개업소 관계자) "가을 이사철이 대목인데, 요즘은 찾는 사람만 많지 성사되는 게 없어요. 집주인과 세입자간에 눈높이가 어느 정도 맞아야 계약이 되죠. 몸은 바쁜데, 돈이 안돼요" (서울 답십리동 H공인중개업소 사장)

치솟는 전셋값에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 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집주인들은 무조건 집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반면 세입자들은 저렴한 전세물건을 찾기 때문이다. 전세 물건도 동이 나 계약 건수도 줄었다. 간혹 물건이 나와도 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가격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개업소 사람들의 하소연이다.     ◇ 집주인 "무조건 높게 받아달라" 요구    최근 서울 전셋값이 2년전에 비해 평균 5000만원 올랐다는 뉴스가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면서 주변 시세를 알아보고 중개업소를 찾는 집주인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 용산구의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이) 너무 올랐다고 언론에서 보도하니까 집주인들이 먼저 찾아와 올려서 내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에서 평균 5000만원이 올랐다고 하니 무조건 높은 가격으로 거래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우리 입장에서도 힘들다"면서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다른 업소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능력없는 부동산 취급을 받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한강로1가에 있는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어느 손님은 자기가 사는 집 평형대가 3억2000만원에 계약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는데 (3억2000만원보다) 1000만원을 더 받아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세물량이 씨가 마르다보니 그렇게 올려도 물건이 나가는 게 현실이라는 게 중개업소가 전하는 최근 분위기다.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전세를 1억원 이상까지 올려달라는 집주인도 등장했다. 서울 중계동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평수가 넓은 대림벽산아파트 141㎡의 경우 2년전 3억5000만원에서 최근에는 4억5000만원까지 전세가격이 올라갔다는 것. 중개업소 관계자는 "1억이상 올려달라는 집주인도 간혹 있다"며 "하지만 주변 시세가 있어서 거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목동에서 G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특히 1억미만의 전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며 "일부 월세를 끼고 살면 될텐데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다보니 구하기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전세 품귀현상에 거래 건수도 줄어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매물을 확보하려고 혈안이 돼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경기도 분당 중개업소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요즘같은 시즌에 물건이 없다는건 전시에 식량이 바닥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중계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월세는 조금 있지만 전세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매물이 없어 우리도 힘들다"고 했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돈 없으면 강남에서 강북으로, 새 아파트 에서 오래된 아파트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방 3칸짜리에서 방 2칸짜리로 줄여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난에 세입자들은 졸지에 피난민 신세가 됐다"며 "사실상 전세 문제는 정부 대책이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내집마련정보사의 최동환 이사는 "전세가격을 잠재우려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이동할 수 있도록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세 중과폐지 등 매매를 활성화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준공후 미분양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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