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 경쟁당국이 빅테크의 과도한 확장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의 법정 다툼에서 잇달아 패배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규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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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와 법무부는 이날 ‘합병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플랫폼 산업 발전 등으로 경제 여건이 변하면서 인수·합병(M&A)이 경쟁과 시장 지배력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FTC 등 설명이다.
기존 기준과 비교하면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잇달아 인수할 경우 개별 M&A 한 건만이 아닌 전체 거래를 두고 시장 지배력 변화 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게 이번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잇따른 M&A로 몸집을 키우는 빅테크를 겨냥한 조항이다. 또한 M&A가 기업 간 구인 경쟁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관계자는 “비용을 낮추고 중소기업과 기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바이드노믹스(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며 이번 가이드라인 취지를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빅테크의 굵직한 M&A에 잇달아 제동을 걸었다. 게임업계 사상 최대 M&A(687억달러·약 89조원)였던 MS의 블리자드-액티비전 인수가 대표적이다. FTC는 MS가 ‘콜 오브 듀티’ 등 블리자드 게임을 자사 콘솔(게임기)인 엑스박스에만 공급하는 등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다만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지난 11일 이를 기각했다. 앞서 FTC는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가상현실(VR) 회사 ‘위딘’을 인수하는 걸 막으려다가 지난 5월 재판에서 패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잇단 패배에도 미 경쟁당국이 빅테크 규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로펌 밀뱅크에서 반독점 사건 변호사로 일하는 피오나 쉐퍼는 “가이드라인으로 (M&A 관련 결정 기준이) 더 분명해졌지만 경쟁당국이 M&A에 상당히 적대적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반독점 관련 사건에 참고자료로 쓰일 순 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반드시 따랴야 할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