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석유' 리튬 연 2000t 추출..75조 시장 공략한다

■갈길 먼 재활용 산업 (下)폐배터리
성일하이텍, 국내 유일 배터리 재활용 일괄 공정 보유
연간 2.5만t 폐배터리 처리..2025년 10만t까지 확대
2035년부터 재활용 시장 본격화..2040년 75조 전망
배터리 규격 표준화, 배터리 전 이력 관리 필요
  • 등록 2023-05-01 오후 5:00:00

    수정 2023-05-02 오전 8:51:27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강화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환경규제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제품의 생산-유통-폐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낮추기 위해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는 고도화된 기술 개발 및 시설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탄소배출 없는 자원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본지는 글로벌 환경 규제가 본격화된 폐플라스틱(上)에 이어 폐배터리(下)에 대한 국내 재활용 산업 현황과 시급한 규제 개선 과제 등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외 배터리 업체는 물론 지자체,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방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재활용 일괄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재활용 일괄 공정을 갖고 있는 곳은 벨기에의 유미코어(Umicore), 중국의 거린메이(GEM), 화우코발트, 닝보브룬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에 이어 자원국가들의 잇따른 국유화로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면서 배터리 재활용업체 성일하이텍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와는 폴란드에, 삼성물산과는 독일에 합작공장을 설립 중에 있고 그 외에도 SK이노베이션과는 MOU를 체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배터리 셀이 리사이클링 파크의 전처리 파분쇄 공정투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성일하이텍)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연간 2.5만t 배터리 처리해 리튬 2000t 회수

전북 군산에 위치한 성일하이텍 1·2공장은 420여명의 직원들이 3교대로 24시간 쉴 틈 없이 근무하고 있다. 2025년 6월 예정된 3공장 완공을 앞두고 추가 인력 확보에 여념이 없다.

배터리 재활용은 크게 폐배터리를 회수·분쇄해 블랙파우더를 만드는 전처리 공정과 블랙파우더에서 금속을 뽑아내는 후처리공정으로 나뉘는데 성일하이텍 군산 공장에서는 이 모든 공정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성일하이텍은 용매추출 기술을 적용한 습식제련 방식으로 금속을 추출하고 있다. 습식제련은 높은 열을 가해 금속을 추출하는 건식제련 보다 초기 생산설비투자(Capex) 비용이 낮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반면 리튬, 망간 등의 회수율이 높다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처리 공정을 통해 블랙 파우더가 분리돼 쏟아지고 있는 모습. 리튬이온 배터리를 방전하고 파분쇄하면 양극활물질인 니켈·리튬·코발트·망간이 묻어있는 까만색 분말, 즉 블랙 파우더가 나온다.(사진=성일하이텍)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습식 제련 기술을 보유해 상업화에 성공, 2011년부터 습식제련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5대 소재를 회수하고 있으며 회수율은 파우더 기준으로 95%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은 현재 1·2공장에서 연간 2만5000t 가량의 폐배터리를 처리하고 있다. 여기서 추출되는 리튬은 2000t, 니켈이 2640t, 코발트가 1680t에 달한다. 3공장까지 지어지면 연간 처리할 수 있는 폐배터리는 1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습식제련 공정에서 용매추출 기술을 통해 블랙 파우더에서 뽑아낸 니켈·코발트 등 양극활물질이 1톤 단위로 포장되고 있는 모습. (사진=성일하이텍)
성일하이텍은 2014년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인도, 헝가리 등 총 8개의 리사이클링 파크(전처리 공장)를 건설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망도 구축했다. 2021년 지어진 헝가리 제2 리사이클링 파크는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팩 해체 및 전처리 공장이다. 연간 5만t 스크랩(배터리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 및 약 2만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처리하고 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유럽, 미국, 인도네시아에 추가 증설을 계획 중에 있다”면서 “2025년까지 해외 공장을 16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후처리공정에서 생산된 황산코발트 분말. [사진=성일하이텍]
폐배터리 재활용, 2035년부터 본격화

다만 현재 대부분의 폐배터리 재활용은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용연한이 평균 8~1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35년부터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25년부터 연평균 33% 성장해 2040년 574억달러(약 75조2800억원)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주요 국가들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5%에 이르는 배터리 수거 및 재처리율을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부터 배터리 내 최소 재생원료 사용비율(코발트 12%, 납 85%, 리튬 4%, 니켈 4%)이 적용되고 2035년부터는 이 비율이 높아진다. 또한 최근 칠레·멕시코 등 주요 자원국가들이 국유화에 나서면서 폐배터리를 활용한 자원 확보 움직임이 가팔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에 배터리 규격 표준화 및 폐배터리 회수·보관·운송·해체 등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규격뿐 아니라 각 단계별로 국가표준을 제정해 단계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EU에서 도입한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이나 중국의 ‘배터리 이력관리 플랫폼’처럼 배터리 전 이력을 플랫폼에서 관리하고 공유해 배터리의 안정성, 경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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