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미뤄지는 합병에 버티기 한계..추가 수혈 언제쯤

예상보다 길어지는 美·EU 합병 승인
대한항공 유증계획도 덩달아 밀려
아시아나, 1분기 이자비용 탓 순손실
금리 오르는 영구채 상환 서둘러야
  • 등록 2023-06-01 오전 10:10:47

    수정 2023-06-01 오전 10:10:47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대한항공(003490)과의 합병 난항으로 제때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회사로 두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포함한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시아나항공만 따로 보면 결국 이자비용을 이기지 못하고 순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자금수혈도 그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해 중순만 하더라도 “연내 합병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미국·유럽·일본의 합병 승인을 얻어내지 못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아시아나항공.)
2021년 3월 유상증자로 3조3000억원을 장전한 대한항공은 이중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1조5000억원을 수혈하고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현재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의 7000억원과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인수 등을 포함해 총 1조원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다. 경쟁 당국의 합병 승인이 나면 유상증자를 통해 나머지 80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합병 승인 시기가 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무산 가능성까지 대두되며 아시아나항공이 과연 추가 자금 지원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새롭게 떠올랐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16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실적을 제외하면 이익 규모가 925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47.7%나 감소한 수치다.

게다가 이자비용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순손익은 적자가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 금융비용으로만 994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외화환산손실 등이 포함된 기타비용 1937억원을 계산에 넣으면 순손실 규모는 620억원으로 집계된다. 외화환산손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익을 나타내는 항목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올 1분기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할 경우 375억원의 세전순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규모는 줄었지만 차입금 규모는 여전히 상당하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671%에 달하며 총차입금 규모는 7조2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자본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사실상 부채나 마찬가지인 영구채 규모도 1조3350억으로 집계됐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들인 영구채에는 시간이 흐르면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붙어 있어 상환이 미뤄질수록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는 것을 전제로 재무전략를 짰을 것”이라며 “현재 예상했던 것보다 합병 시기가 미뤄지고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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