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주식 600만주 행방 묘연…“배당금 받아도 추적 못해”

에르메스 직계 후손 소유 지분 6% 사라져
자산관리인 횡령 혹은 정원사 자작극 가능성
“무기명이라 소유인 추적 쉽지 않아”
  • 등록 2024-11-02 오후 3:11:59

    수정 2024-11-02 오후 3:11:59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주식 600만 주가 횡령사건에 휘말리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사진=REUTERS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에르메스 창립자 티에리 에르메스의 직계 후손인 니콜라 푸에시(81)가 주장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횡령 사건을 둘러싼 진위 논란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푸에시는 지난해 자신이 보유했던 에르메스 주식 600만 주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에르메스 지분의 6%로 12억 유로(한화 약 18조원)에 이른다.

푸에시는 1980년대부터 자신의 자산 관리인으로 일했던 에릭 프레몽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자산 관리인으로서 자신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었던 만큼 주식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레몽은 푸에시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수년 전 고용된 모로코 국적의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가 배우자나 자식이 없는 푸에시를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허위 주장을 펴도록 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레몽에 따르면 정원사와 그의 여자친구는 이미 푸에시로부터 스위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 산재한 부동산 54개를 선물로 받았다. 정원사는 푸에시의 양자로 입양될 절차까지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현지 법률에 따라 양자가 되면 재산 이전에 따른 양도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노린 조치라는 게 프레몽의 주장이다.

푸에시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에 재산의 일부를 유산으로 남기겠다는 약속을 철회했다. 프에몽은 이같은 조치의 배후에 모로코 국정의 정원사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스위스 복지기관은 푸에시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는 프레몽의 신고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 종결로 마무리했다.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다는 푸에시의 소송도 법원에서 기각됐다.

푸에시는 20여년 전 경쟁사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와의 비밀 지분 거래 과정에서 프레몽이 주식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증언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다.

푸에시가 가지고 있던 에르메스 지분 6%는 소유자를 등록할 필요가 없는 무기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푸에시의 지분을 소유한 사람이 배당금을 받더라도 신분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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