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서 사라진 락앤락…경영 향방도 ‘안갯속’

9일 상장폐지…제살깎기 심화하나
어피니티, 자산 처분·배당 확대 전망
21년부터 국내외 공장 매각해 현금화
실적 하락세 속 외형 성장도 어려워
  • 등록 2024-12-15 오후 5:14:18

    수정 2024-12-15 오후 5:14:18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생활용품기업 락앤락의 상장폐지 이후 경영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최대주주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향후 본격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외형 성장보다는 자산 처분, 배당 확대 등 제 살 깎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락앤락 주력 제품인 밀폐용기 이미지. (사진=락앤락)
15일 업계에 따르면 락앤락은 지난 9일 상장폐지되면서 코스닥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4월 상장폐지를 공식화한 지 7개월여 만이다. 어피너티는 그동안 공개매수 등을 통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해 왔으나 실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상장폐지 요건인 95% 이상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다.

어피너티는 결국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잔여 주식을 취득하는 전략을 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3분의 2 이상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다른 주주의 지분을 모회사의 지분이나 현금으로 맞바꿀 수 있는 제도다. 어피너티는 국내 법인 컨슈머피닉스를 신설하고 이 법인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모두 넘겨 주식 교환 절차를 완료했다.

어피너티의 자진 상장 폐지에는 투자금 회수라는 의도가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선 지분 투자를 기업이 한 상장폐지 시 재매각에 유리해서다. 주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다만 락앤락의 기업가치가 이미 상당히 하락한 만큼 이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어피너티가 락앤락을 인수한 2017년 당시 기업가치는 1주당 1만 2000원이었지만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상장폐지 직전 6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어피너티가 자산 매각과 대규모 배당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락앤락은 2021년부터 국내 아산공장과 물류센터, 베트남·인도·중국 등 해외 공장을 연이어 매각했다. 이후 829억원대 현금배당과 400억원대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현금을 회수했다.

올해 8월에도 유일하게 남아 있던 국내 생산법인인 안성공장을 매각해 85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중국에서는 선전, 베이징 법인을 청산한 데 이어 쑤저우 법인을 409억원에 처분하면서 현지 생산법인을 전부 정리했다.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화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락앤락은 지난 5월 해명 공시를 통해 “올해 배당을 추진하지 않을 예정”이라면서도 “내년 이후에는 재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 향방도 안갯속이다. 경영 실적이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 뚜렷한 개선 방안도 보이지 않아서다. 락앤락은 지난해 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4848억원으로 전년 대비 7% 감소했다.

락앤락은 △밀폐용기(식품보관용기) △베버리지웨어(텀블러·물병) △쿡웨어(주방용품) △소형가전 등 4가지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주력 제품인 밀폐용기는 물론 주방가전 업계 전반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라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락앤락 관계자는 “텀블러의 판매 성장세가 나타나는 만큼 내년에도 베버리지웨어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것”이라면서도 “상장폐지 이후 구체적인 경영 방침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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