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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CS의 근본적인 문제는 유동성 위기가 아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 모델이다. 향후 CS 고객들의 예치금 인출이 계속돼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규제당국의 옵션 테이블 위에는 경쟁사인 UBS에 의한 인수·합병(M&A), 스위스 사업부 분사 등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이 올라와 있으며, 최악의 경우엔 회사를 해체하는 선택지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CS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예상을 웃도는 손실 등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의 아마르 알쿠다이리 회장이 “추가 자본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조짐이 일었다. 추가 자본을 지원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태로 1~2년은 버티는 게 한계라는 지적이다.
스위스국립은행(SNB)이 CS에 540억달러(약 70조 4800억원)를 긴급수혈하며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신용위기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앞으로 어떤 추가 조치가 내려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2008년 당시 리먼 브러더스처럼 대형은행 붕괴에 따른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어떤 식으로 확대할지 알 수 없다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UBS와 CS의 합병은 양측 이사회에서 오랜 기간 내부 논의가 있었지만, 반독점 이슈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소매금융·자산관리 등의 사업 분야가 중복되는 데다, UBS가 막대한 손실을 낸 투자은행 중심의 사업 모델을 불신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스위스 규제당국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UBS의 CS 인수가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을 내린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스위스 규제당국이 증자를 통해 CS 지분을 매입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뒤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시나리오의 연장선으로, UBS가 CS를 인수한 뒤 소매금융 부문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구조조정 비용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SNB는 지난해 CS 지분을 이미 9.9%까지 늘려 사실상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독일 도이체방크의 인수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한 소식통은 도이체방크 경영진은 CS 자산 일부만 인수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CS 경영진은 일부 자산을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 계획을 실행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지만, 정확히 어떤 자산을 팔 것인지 불분명해 투자자들의 경계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선 기업을 쪼개 신용위험을 분산시키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널리스트들은 스위스 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최대 150억스위스프랑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CS의 기업가치인 77억스위스프랑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외에도 최악의 경우 스위스 규제당국이 직접 개입해 회사를 해체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있다고 FT는 소개했다. SNB가 CS 예치금의 안전을 보장하고 사업에 대한 완전한 통제에 착수, 자산 일부를 매각하고 나머지는 중단시키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스위스를 대표하는 최대 기업 중 하나가 무너진다는 점, 납세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 등에서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고 FT는 부연했다.
UBS의 한 고위 임원은 “규제당국은 CS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효과가 있는지 매우 면밀히 조사할 것이며,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CS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S는 고객이탈 및 투자손실 등으로 지난해 72억 9000만스위스프랑(약 9조 980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규모다. CS는 올해도 연간 실적에서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