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호의 Intuition]실패한 MB의 리브랜딩, 그리고 교훈

  • 등록 2010-08-30 오후 12:00:15

    수정 2011-08-23 오후 8:55:13

[이데일리 경제부 팀장]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의 반환점에 이른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정권의 브랜드를 다시 창출했다. 정권 출범 초 핵심 가치로 제시했던 '친기업(비즈니스프렌들리)', '성장사회(경제성장)'라는 올드 브랜드(old brand)를 '친서민', '공정사회'라는 뉴 브랜드(new brand)로 리브랜딩(re-branding)한 셈이다. 흩어져 있는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중영합주의의 산물이든,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기교의 일환이든 기존의 브랜드를 털어버리고 새로운 브랜드로 탈바꿈하면서 정책 수요자인 국민들은 정권이 지향하는 핵심가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친서민 공정사회라는 이 정권의 뉴 브랜드는 그러나 위증과 사과, 부인과 해명으로 점철된 지난 며칠간의 국회 인사 청문회를 통해 고객인 국민들에겐 조소와 분노의 대상이 됐다. 소장수의 아들에 농고출신인 서민의 아들은 '여관에선 못 잔다'는 한 마디로 기껏 쌓아놓은 친서민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렸고, 쪽방촌투기· 위장전입· 막말 퍼레이드로 불법과 탈법을 넘나들던 다른 힘 있는 인사들의 지난 삶의 편린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특권층이 득세하는 '불공정사회'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비록 불처럼 활활 타오는 국민적 분노에 짓눌려 일부 인사들의 자진사퇴로 일단락은 되는 듯 하지만, '친서민'과 '공정사회'로 정체성을 리브랜딩한 직후 온 국민이 직접 지켜보는 무대위에서 이율배반적 행태가 드러났다는 점은 정권으로선 큰 불운이다.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1915∼2009)은 소비자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분석틀로서 현시선호(revealed preference)이론을 제시한다. 관찰 불가능한 내면의 선호는 버리고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눈에 보이는, 관찰 가능한 결과만을 통해 내면의 선호, 선택행위를 설명하자는 게 이 이론의 핵심 메시지다. 사무엘슨의 앵글을 통해 지난 며칠간 드러난 일련의 과정들을 되돌아보면, 정권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아무리 목청껏 높이 외친들, 진정성을 알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한들 국민들은 '반서민적'이고 '불공정'한 행태를 눈으로 직접 관찰할 수 있었던 청문회라는 공개된 무대를 통해 정권이 창출한 뉴 브랜드의 진정성을 평가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최신 마케팅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리브랜딩전략은 브랜드 재창조과정이다. 브랜드의 이름만 단순히 바꾸는 리뉴얼(renewal)이 아닌 기존 브랜드의 부정적 이미지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혁신가치를 추구하는 환골탈태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리브랜딩전략은 화려한 말잔치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겉으로 표방한 가치와 눈에 보이는 실제 행태가 일치할때 고객들에게 절실히 다가갈 수 있고 바로 그 고객들로부터 다시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친서민' '공정사회'라는 화두와 연결된 지난 며칠간의 드라마는 이 정권이 뉴 브랜드로 제시한 핵심가치들이 얼마나 공허한 메시지였는지 분명히 드러내주고 있다. 재래시장에서 영세상인들과 활짝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고, 순대와 떡볶기를 나눠먹고, 그들의 어깨를 어루만져주는 미디어전략만으로 리브랜딩한 핵심가치를 제대로 설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지 창출에만 치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지금처럼 그 실체가 명명백백히 드러날때 오히려 민심이반을 초래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권엔 오히려 큰 부담으로 다가올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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