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하는 음식과 육가공 제품이 동반 상승하면서 결국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고, 세계 각 나라도 돼지고기로 촉발된 차이나 인플레이션에 어려움이 컸다.
◇ 구제역으로 촉발된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
2007년 5월 중국의 돼지고기 파동에 따른 물가급등이 청색귀로 불리는 전염병으로 촉발됐다면, 현재 우리나라는 구제역에 따른 돼지고기 품귀난이 직접적 원인이다. 1일 현재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 가축 수는 345만여 마리로, 이중 315만여 마리가 돼지다.
국내 돼지 사육 두수가 950만마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가량이 2~3개월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농가에서 돼지 새끼를 들여와 출하하는데 6~8개월 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축산업, 특히 돼지산업의 기반이 한동안 흔들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돼지 공급이 일시에 줄어들면서, 산지 돼지값이 오르고, 도·소매 돼지고기 값, 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하는 음식과 육가공 제품, 일반 시중 음식점의 돼지고기 가격의 연쇄적 인상을 촉발하고 있다.
실제 2월 중순 110㎏ 돼지 한 마리(생체중 추정) 가격은 60여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0만 5000원)보다 두 배 가량 인상됐다. ◇ 돼지고기發 인플레이션 뚜렷 돼지고기 파동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축산물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8.7%로 관련통계를 작성한 1985년 1월 이래 가장 높았다. 항목별로 돼지고기는 1개월 만에 18.8%나 올라 1984년 4월 28.7% 이래 27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 공포의 삼겹살..`물가 당국을 긴장시키다`
외식비 물가 중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 가격 상승은 유독 눈에 띈다. 외식비 물가 항목을 살펴보면 외식 삼겹살이 7.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외식 돼지갈비는 5.8% 올랐다. 두 항목 모두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한 2000년 1월 이래 가장 최고치를 보였다.
돈가스 가격 상승률은 3.7%로 1991년 2월(3.9%) 이래 가장 높았고, 탕수육 가격도 4.3% 올라 관련통계를 작성한 1995년 이래 가장 높았다.
특히 음식점은 수요가 가장 많은 삼겹살이 가장 많이 올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사대상 업체 중 64.2%가 지난 1~2월 중 외식 삼겹살 가격을 가장 많이 올렸다. 이어 외식 돼지갈비는 59.5%, 탕수육과 돈가스 업체는 각각 58.8%, 32.5%가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가 고기를 구워, 채소에 쌈 싸먹는 것을 즐기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방이 많은 삼겹살이나 목살은 부드러워 쌈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 황사가 다가오는 3~4월이 걱정된다
정부는 돼지고기 발 물가 폭등에 대해 관세 인하와 물량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돼지고기 성수기인 3~4월을 앞두고 이 같은 정부의 조치가 효과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삼겹살이 황사 먼지를 제거한다는 속설과 야외 나들이 인구 급증으로 3~4월은 돼지고기 판매량이 급증한다.
양돈업계 한 관계자는 "3~4월은 평상시보다 돼지고기 판매량이 20~30% 가량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3~4월 돼지고기 수요량이 향후 가격 변동을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