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빅스젠은 지난 2020년 말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했지만 기술성 평가 관문을 넘지 못했다. 그 사이 기존에 받았던 투자금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대부분 지출해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바이오 투심이 악화되면서 자금줄이 끊겼고 IPO 일정도 지연되면서 매각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 1800억 밸류에 30억원 투자 받은 후 추가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바이오 섹터 분위기가 나빠지면서 투자를 못 받았다”며 “그 사이 기업가치가 계속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나중엔 지분 일부를 800억 밸류에 투자 받고 싶어 했지만, 밸류 400억원 이하도 힘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에빅스젠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 대부분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했다. 르네상스자산운용만 이번 DXVX의 인수 딜에 참여해 에빅스젠 구주를 DXVX 주식과 교환했다. 르네상스자산운용은 에빅스젠 구주 612만348주를 DXVX에 넘기고, DXVX 신주를 일정 비율로 교환해 받아갔다.
플랫바이오는 2020년 초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통해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이베스트투자증권, 스닉픽인베스트먼트, 스타퀘스트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총 33억원을 조달했다. 당시 포스트 밸류는 약 280억원이었다. 이듬해 브릿지 펀딩을 통해 46억원 규모 투자를 포스트 밸류 640억원(프리 밸류 580억원)에 진행했다. 이 투자에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이 중 대부분은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와 제이커브인베스트먼트는 아직 투자금 회수를 못했다.
코오롱제약은 플랫바이오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했다. 플랫바이오 1주당 코오롱제약 주식 2.38주로 산정해 상호 교환하는 식이다.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코오롱은 지난해 말 기준 코오롱제약 주식 57만6874주(지분율 48.1%)를 갖고 있다. 주식 장부가액은 약 124억원이다. 이를 나눠보면 코오롱제약 주당 가격은 2만1150원이다.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한 밸류는 257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코오롱제약과 플랫바이오의 주식배정비율(1:2.38)을 적용하면 플랫바이오 주당 가격은 5만1158원이며, 총 발행 주식수를 곱하면 플랫바이오 시가총액은 241억원으로 추정된다. 코오롱제약(257억원)과 거의 비슷한 밸류에 합병한 셈이다. 플랫바이오가 브릿지펀딩 때 받았던 640억원 밸류와 비교하면 대략 3분의1 수준이다.
인수된 바이오텍들의 경우 대부분 인수 합병에 나선 기업과 기존에도 협업이나 긴밀한 교류가 있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플랫바이오의 창업자인 김선진 대표는 2020년 코오롱티슈진 사외이사직을 맡은 적이 있으며, 지난달에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제약 대표로 각각 신규 선임됐다. 이번 합병으로 코오롱제약의 안정적 수익구조와 플랫바이오의 항암 파이프라인을 더해 시너지를 내겠단 계획으로 분석된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의 경우 과거 유한양행에서 28년 간 오픈 이노베이션, 기술수출, 파이프라인 확장 등을 주도했다. 이번 인수 계약을 통해 유한양행과 초기 물질 개발부터 긴밀한 R&D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높은’ 밸류에 투자했던 기관투자가 입장에서는 ‘낮은’ 밸류에 이뤄지는 M&A 딜들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큰폭의 시장 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된 데다, 바이오 저평가 기조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기업가치 평가를 할 때는 상대 평가로 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최근 같은 상황에선 다 빠질 수 밖에 없긴 하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엑시트를 하려면 내가 투자한 회사가 IPO를 하거나, 내가 산 지분을 다른 누군가가 사는 구주매출 수단을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투자한 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추가 인수를 하든, 추가 투자를 받든, 추가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수출 하든지 해서 기업가치를 올리는 게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