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을 잡고 아프리카에서 희토류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희토류는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배터리의 핵심 연료로, 이들 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아울러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관계가 악화한 두 국가가 협력한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는 진단이다.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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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백악관이 사우디 정부와 아프리카에서 희토류 생산 국가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사우디 국영기업 및 벤처투자자 등이 콩고민주공화국, 기니, 나미비아 등의 희토류 광산 지분을 인수하고, 미 기업에 희토류를 공급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희토류는 전기차뿐 아니라 노트북, 스마트폰의 충전식 리튬이온 배터리 가공에 필요한 코발트,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번 조치 역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대중 공급망 탈피 등과 마찬가지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다. 아울러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앞세워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미 기업들 역시 아프리카 광산 개발 사업 진출을 꾸준히 모색해 왔으나, 뇌물 요구 등 현지 관행 때문에 어려운 상황 놓이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한 서방 기업은 미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부패 국가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우디가 대신 광산 지분을 취득한다면 미 기업들이 다양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바이든 정부의 계산이다.
사우디 역시 이미 해외 광산 지분 매입에 1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현재 부패가 가장 심각한 국가로 꼽히는 콩고와 30억달러 규모 합작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콩고는 세계 1위 코발트 생산국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73%에 달한다.
미국과 사우디의 대화는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떠한 방식으로 결론이 나든 두 국가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WSJ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며 사우디를 ‘왕따’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했을 때 국제유가 하락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귀국하기도 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전날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구상 계획에도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