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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신 평론가는 이날 개회사를 통해 “우리 비평연대에는 단 하나의 강령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경쟁하지 않고, 한 편이 된다’는 것”이라며 “‘한 편’이 있다는 감각을 가지고 비겁이 없는 삶, 정의롭거나 용감해도 쉽게 다치거나 죽지 않는 삶, 젊은 지성들이 바로 이런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비평연대의 존재 이유다. 용감하고 정의로운 지식인을 배양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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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감기’, ‘건너뛰기’, ‘짧은 영상’이 지배하는 숏폼(짧은 영상)시대에 비평 현장은 더욱 나빠졌다는 게 업계 얘기다. 잡지 종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안정된 지면의 수는 한정돼 있는 만큼 대부분 기성 비평가의 차지다. 돈이 되지 않는 비평 현장에 젊은 평론가들은 금세 사라지게 마련인 것이다.
게다가 글 값의 평균은 200자 원고지 1장당 1만 원 선으로, 20년째 동결 수준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4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평·평론의 평균 원고료는 원고지 1장당 9857원이다. 예년보다 443원 늘었지만, 최저임금인 시급 9860원보다 적은 액수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 오형엽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문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비평 담론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지금 비평 생태계는 자생력을 잃고 고사하기 직전”이라며 “신인 비평가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살아남아 활동하려면 문예지 지면을 확보해야 한다. 문예지 발간 지원 및 비평 전문지의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평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별개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비평 콘텐츠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비평연대는 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짧은 영상 숏폼 콘텐츠에 대응하는 1000자 정도의 짧은 서평 형식을 개발했고, 이것을 ‘숏평’이라고 명명했다.
특별한 운영 방식은 없다. 매우 자유로운 연대다. 가입과 탈퇴도 자유롭다. 기존 구성원 2인 이상 추천을 받으면 소속되고, 의사표명 즉시 탈퇴도 가능하다. 총인원 18명 중 9명은 현직 출판인(에디터 3인·마케터 6인)이다. 일부는 공연연출, 건축, 무용, 일반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구성원들은 단톡방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교류하고, 서평 집필 활동에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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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정재민 작가도 축사를 통해 “죽거나 다치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할 말하는 그런 젊은 지성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로서 감동”이라며 비평연대를 칭찬했다.
비평연대 김정빈 뜨인돌출판사 마케터는 “작가의 목소리와 독자의 감정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다리 역할을, 독자가 작품에 담긴 본질에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 역할을 해내겠다”고 화답했고, 맹준혁 메디치미디어 편집부 대리는 “오늘의 이 뜨거운 응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살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비평연대 구성원 18인 명단이다.
공혜리, 김상화, 김선진, 김재훈, 김정빈, 김현구, 맹준혁, 박소진, 배희주, 서민서, 신예림, 윤인혁, 이수련, 이승진, 정수빈, 최상현, 황예린, 현다연 등 이달 기준 18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