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세컨더리 펀드에 대한 글로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사모펀드(PEF)운용사를 여럿 보유한 노르웨이에서 1조 200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가 탄생했다. 세컨더리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끼리 매물을 사고파는 전략으로, PEF운용사가 보유한 기업의 지분을 다른 운용사가 직접 인수하거나, 펀드 내 출자자(LP) 지분을 거래하는 것을 일컫는다. 여타 매물과 달리 이미 운용사 검증을 거친 매물이라 딜 소싱(투자처 발굴)부터 인수까지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고, 밸류에이션 책정 및 매각 협상이 오너딜 대비 수월하다.
|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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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기반의 사모펀드(PEF)운용사 쿠베라는 최근 8억 700만유로(약 1조 1939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펀드를 결성했다. 쿠베라프라이빗에쿼티(쿠베라PE)는 지난 2006년 설립된 사모펀드운용사로, 2019년 노르웨이의 주요 자산운용사인 스토어브랜드자산운용에 인수됐다. 운용자산(AUM)이 7조 4000억원에 육박한 쿠베라PE는 자국 기반의 에너지, 정보기술, 소프트웨어 분야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펀드 규모는 쿠베라PE가 2020년 결성한 직전 세컨더리 펀드보다 54% 큰 수준이다. 애초 해당 펀드의 결성 목표액은 7억유로(약 1조 359억원)였으나, 북유럽이라는 지역의 특수성과 세컨더리 전략에 주목한 해외 LP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초과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쿠베라PE는 이번 펀드 자금의 3분의 2를 LP 지분 거래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GP 거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북유럽 사모펀드 시장은 그간 북미와 유럽 여느 시장보다 우수한 수익률을 내왔다. 실제 유럽 스텝스톤그룹은 “강력한 거버넌스와 높은 수준의 기업 투명성을 자랑하는 북유럽 시장은 PE들이 바이아웃 전략을 구축하기에 적합하다”며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운용사의 개입 이후 대부분의 북유럽계 포트폴리오 기업들은 매출 성장은 물론이고 에비타 마진(상각전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값)율도 확대되는 양상을 띠었다”고 전했다.
쿠베라PE가 앞세운 세컨더리 또한 세계적으로 다시끔 주목을 받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사모펀드 데이터 분석업체 프라이빗에쿼티인터내셔널이 수십명의 LP 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후 낸 ‘2024년 LP 관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LP들의 59%는 올해 세컨더리 펀드에 출자하겠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세컨더리는 엑시트(자금 회수)가 둔화한 현 경기 상황에서 리스크를 헷징할 수 있는 전략”이라며 “과거에는 LP들이 안정성 측면에서 대형 펀드에 관심을 가졌다면, 지금은 지리적 특성이나 미들마켓과 같은 시장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