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 발명 과정 흐름도. (사진=특허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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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인공지능(AI)이 발명한 특허출원에 대한 유·무효 다툼에 대한 최종 판가름을 사법부가 내릴 전망이다. 특허청은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기재한 특허출원을 무효처분한 결정에 대해 출원인이 “인공지능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달 20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은 미국·유럽·독일·영국·호주 등 지식재산 분야의 주요국들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제기됐다. 이 사건은 미국의 인공지능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가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표시한 국제특허출원이다. 스티븐 테일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16개국에 출원했다. 이 출원인은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고, 자신이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후 식품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을 스스로 창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유럽·영국 등 주요국 특허청들과 법원들은 특허법 또는 판례를 통해 발명자로서 자연인만을 인정하고 인공지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3월 독일 연방특허법원에서는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발명자를 기재할 때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를 같이 기재하는 것까지는 허용된다고 판결했다.
한국 특허청은 지난해 9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서 인공지능 발명자 이슈에 대한 주제토론을 이끌었고, 같은해 12월 독일·영국·프랑스 특허청과 향후 인공지능 관련 지식재산제도 정착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주요국들은 아직 인간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 단독으로 발명을 하는 기술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고, 법제도 개선 시에 국가간 불일치는 인공지능 산업발전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국제적 조화가 필수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영국·독일에서는 다부스 특허출원에 대해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며, 우리 특허청은 향후 국가별로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해당국 특허청과 함께 판결에 대한 대응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발명자 이슈에 대해 우리나라가 주도해 온 결과,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특허청에서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인공지능 관련 지식재산 이슈를 전담하는 전문가를 새롭게 파견했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지능 발명자 등 관련 지식재산 이슈에 대해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향후 우리나라 행정소송과 주요국 대법원 판결 결과 등을 종합해 국제적으로 조화되도록 인공지능 관련 지식재산제도를 정립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