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작업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양사의 기업결합(합병)을 두고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미국 법무부까지 두 업체의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미국 현지 보도까지 나오면서다.
18일(현지시각) 미국 인터넷 매체 폴리티코가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미국과 한국 간 여객 및 화물 운송 경쟁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 대한항공 여객기.(사진=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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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2020년 11월부터 조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기업의 결합을 심사하는 담당 부처는 각국마다 다른데, 미국은 법무부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합을 부정적으로 볼 경우 소송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식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아직 소송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현지 보도는 단지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이며 미국 법무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지난 5월12일 대면 미팅을 통해 미국 법무부가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아직 내리지 않았으며 타임라인도 미정이고 당사와 지속적으로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전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작업을 진행 중인 대한항공이 막판 변수를 만난 것은 부담이다. 앞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EU집행위원회도 “두 항공사의 병합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관건은 협상 과정에서 국가의 재산으로 여겨지는 노선 운수권과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느냐다. 지난 3월 영국 경쟁당국(CMA)이 양사의 합병을 승인할 당시 대한항공은 런던 히스로공항 7개 슬롯을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것으로 경쟁 우려를 해소했다. EU가 4개 노선을 콕 집어 우려의 뜻을 나타낸 만큼, 해당 노선의 운수권을 최대한 외항사에 넘기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노선에 대한 슬롯을 일부 가져올 거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 한국을 포함한 총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한 결과 현재 EU, 미국, 일본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에는 신규 항공사들의 진입 및 증편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경쟁환경 복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기업결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