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th SRE]코코본드 활성화에 필요한 것은

[이슈]개인도, 기관도 외면한 JB금융지주
  • 등록 2014-11-10 오전 10:40:00

    수정 2014-11-10 오전 10:4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시장에 낯선 ‘채권’이 등장했다. 기존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처럼 만기는 30년으로 길지만 금리 상향(스텝업) 조건은 없다. 발행기업이 부실해질 경우 상각할 수 있고, 금융위원회가 경영개선을 권고·요구한다면 이자 지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 JB금융지주가 지난 9월 국내 최초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얘기다.

기존 신종자본증권보다 투자자의 손실 부담을 강화한 바젤Ⅲ 하에서의 ‘채권’에 대해 시장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JB금융지주가 코코본드를 발행하며 6.4%의 절대금리를 내세웠지만 투자자를 유혹하는 데 실패했다. 같은 달 후순위채 형태로 코코본드를 발행한 부산은행이 기관의 러브콜을 받은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부산은행 코코본드 발행에는 1500억원이 몰려 발행 예정금액인 1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신종자본증권보다 후순위채 선호

이번 20회 SRE 결과에서도 JB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결과가 엇갈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후순위채에 대한 시장의 선호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20회 SRE에서 코코본드가 활성화하기 위해 우선시해야 할 요건을 묻는 질문에 51명(36.69%·중복응답)이 ‘영구채 대신 후순위채 형태로 발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는 이자지급 제한 조건이 있지만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에는 이자지급 제한 조건을 달지 않아도 된다. 이에 시장은 이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후순위채 형태 코코본드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만기를 단기화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23명(16.55%)에 이르렀다.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 만기는 10년 정도인 데 비해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 만기는 30년에 달한다. 심지어 같은 조건으로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가 짧은 후순위채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는 5년 뒤 이를 발행한 금융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콜옵션 행사 조건이 까다롭다. 코코본드만큼의 양질 또는 동질 자본으로 기존 코코본드를 대체해야 한다. 또는 코코본드를 상환한 후에도 총자본비율과 기본자본비율이 각각 10.5%, 8.5%를 웃돈 가운데 금융감독원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자지급제한 조건이나 만기 면에서 후순위채 형태의 코코본드 투자 매력이 더 높은 셈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는 콜옵션 행사 시 만기가 최소 5년으로 짧아질 수 있다”면서도 “까다로운 콜옵션 행사 조건 탓에 중도상환의 확실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환형 도입 시급

또 다른 답변 가운데 ‘상각형 대신 전환형을 도입해야 한다’(43명·30.94%)는 얘기도 나왔다. 지금 발행되는 코코본드는 모두 상각형이다. 은행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상장사인 은행이 지주의 100% 자회사인 경우 지주사 주식으로 전환하는 안까지 검토 중이지만 시장에서는 내년이나 돼야 법 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환형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전환형 코코본드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발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전환형 코코본드는 주식으로 전환될 때 주식가치를 얼마로 평가할지 가늠이 쉽지 않다.

한 SRE 자문위원은 “코코본드가 주식으로 전환된다면 이미 금융사 재무상황이 나빠질 대로 나빠졌을 때”라며 “위험도가 높아진 만큼 주가도 주저앉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코코본드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자는 불안감에 일정 부분을 주식으로 변제받을 수 있는 전환형을 선호하겠지만 레퍼런스가 축적된다면 상각형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는 의견도 있다.

박진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시장에서 초창기 전환형 위주로 발행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각형 발행이 늘었다”며 “코코본드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트리거(Trigger) 발동 관련 우려가 완화하고 전환형 투자를 금지하는 일임투자 담당 채권기관의 참여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자 미지급 등 옵션으로 행사될 수 있는 요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56명(40.28%)으로 집계됐다. 상각되거나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 요건이 2개라면 1개로 최소화하는 방식을 취하라는 얘기다.

“리테일 판매 허용하라”

코코본드 활성화를 위해 우선시해야 할 조건을 자유롭게 적은 응답자(12명·8.63%) 상당수는 ‘리테일 판매가 필수’ 라고 답했다. 한 SRE 응답자는 “신탁상품 등 리테일 판매 요건을 완화하는 것과 동시에 충분히 위험을 고지한 이후에 리테일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JB금융지주 코코본드 발행에서 금융당국과 발행사 간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부분도 바로 리테일 판매였다. 당초 증권발행신고서에는 개인 투자에 별다른 제한이 없었지만 금감원이 증권신고서를 반려하고 재차 금감원의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한도액이 1억원으로 정해졌다.

한 SRE 자문위원은 “금융당국과의 사전 조율이 부족했다”며 “금융당국이 개인투자 한도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개인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다 보니 일반 투자자에게 JB금융지주가 위험하다는 신호로 비쳤다”고 말했다.

특히 영국이 코코본드 판매 대상을 기관투자가나 전문투자자로 한정한 점 역시 국내 크레디트 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영국 금융당국은 지난 8월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1년 동안 코코본드 판매를 금지했다. 개인투자자는 코코본드에 내재된 위험을 이해하거나 적정가격을 설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점 또한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코코본드가 투자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기관투자가가 투자를 망설였던 것은 신종자본증권 형태의 코코본드에 투자할 경우 투자자 회계항목에서의 처리를 부채, 자본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 결론이 안 났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SRE 응답자는 “보험사 위험기준자기자본(RBC)비율,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위험적용계수와 회계처리 방안과 관련해 감독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1년여 동안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공백이 생겨 회사채 큰손인 보험사는 RBC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코코본드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기도 했다. 코코본드 발행주관사인 증권사 입장에서는 남은 물량을 떠안아야 해 NCR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서야 국제회계기준원은 투자자 회계항목에서 코코본드 투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각국에서 정하도록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성격에 따라 지분증권, 채무증권을 자체 판단에 맡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밖에 SRE 응답자들은 “독자신용등급이 활성화하고 신용도가 우량한 금융사가 발행을 주도해야 한다”, “회계처리방법과 상각옵션에 대한 가격 측정 관련 불확실성이 없어져야 한다” 등 기타 의견을 제시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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