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역(逆)투자’의 귀재로 불린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전설적인 부동산 거물인 샘 젤이 별세했다. 향년 8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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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젤이 창립하고 이사회 의장을 지낸 부동산 투자회사 ‘에퀴티 코먼웰스(EQC)’는 성명에서 젤이 최근 발병한 질병의 합병증으로 이날 오전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시카고에서 태나난 폴란드계 유대인 젤은 역투자의 귀재로 불린다. 가치가 떨어져 헐값에 나오는 부실 자산들을 매입한 뒤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큰 부를 일궜기 때문이다. 그는 종종 스스로도 자신의 투자성향을 ‘그레이브 댄서(grave dancer·남의 불행으로 득을 보는 사람)’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로 위험을 즐기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는 1976년 시카고에 설립한 사무실 건물사업인 ‘에퀴티 오피스(EQ Office)’를 미 전역에 80개 사무소를 갖춘 회사로 키운 후 2007년 블랙스톤 그룹에 390억달러(약 52조원)에 매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이뤄진 딜이었다.
이후 그는 한달 만에 당시 유력지 ‘트리뷴 컴퍼니’를 82억달러(약 10조원)에 인수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트리뷴 컴퍼니는 당시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LA타임스 등을 소유했던 거대 미디어기업이다. 하지만 경영실패로 2008년 12월 트리뷴은 130억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파산보호신청을 했고, 그는 언론인들의 비난과 투자자들의 소송에 직면했다. 젤은 2017년 인터뷰에서 “지금 내 앞에 그때와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면 트리뷴과 다시 거래를 할 것”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18일 기준으로 젤의 순자산은 52억 달러(약 7조 원)로 미국 부자 순위 184위에 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