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동력인 줄 알았는데"…메타버스서 발 빼는 美기업들

디즈니·MS 최근 메타버스 관련 사업서 손 떼
사명까지 바꾼 메타마저 AI에 더 중점
  • 등록 2023-03-30 오전 10:32:18

    수정 2023-03-30 오전 10:32:18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2년 전만 해도 정보기술(IT) 업계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던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관람객들이 칼리버스의 메타버스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AFP)


WSJ은 메타버스는 구현에 필요한 고가의 하드웨어와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기술 등이 장애 요인으로 작용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확산이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항에서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2017년 인수한 가상현실(VR) 소셜미디어(SNS) 앱 ‘알트스페이스VR’ 서비스를 종료했다. MS는 지난 1월 1만명 규모의 정리해고를 단행하면서 VR 기기인 홀로렌즈 개발 프로젝트 담당 직원을 대규모 감축하고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디즈니는 메타버스 전략 개발을 맡았던 차세대 스토리 텔링 및 소비자 경험 부서를 없앴다고 WSJ은 전했다. 밥 체이펙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담당 사업부를 만든 지 1년 만이다.

메타버스에 수십억달러를 투자를 하며 지난해 10월 사명까지 바꾼 메타(옛 페이스북) 마저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1월 1만10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추가로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이번달에 밝혔는데, 해고 대상에는 메타버스 연구 부서인 ‘리얼리티 랩스’ 인력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메타버스보다 인공지능(AI)을 더 많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로드맵을 주도하는 두 가지 주요 기술은 당장은 AI이며, 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라고 말했다.

리서치회사 서드브릿지그룹의 스콧 케슬러 테크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직원 수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면 이런 종류(메타버스)의 범주가 꽤 쉽게 타깃이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AI에 대한 투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단기간에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는 AI와 달리 메타버스는 언제 뚜렷한 성과를 낼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가상세계의 부동산 가격도 폭락했다. 메타버스에서 토지 매매를 추적하는 사이트 위메타(WeMeta)에 따르면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의 토지 시세 중간값은 1년 전 1평방미터(㎡) 당 45달러에서 5달러로 약 90% 하락했다.

메타의 VR 플랫폼인 ‘호라이즌 월드’의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0만명이 채 안 돼 목표치(50만 명)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벤처 투자가이자 메타버스 관련 책 저자인 매튜 볼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메타버스)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라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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