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주식 기습 공개매수와 함께 벌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 사태를 둘러싸고 ‘적대적 인수합병’(M&A) 프레임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이번 공개매수 시도를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라고 규정하고 강력히 반발하는 반면, MBK·영풍은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까지 이번 분쟁에 개입한 상황인 만큼 앞으로 명분 싸움이 더욱 중요해질 거란 판단을 양측이 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이번 공개매수 시도에 대해 “국가기간산업인 비철금속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M&A라고 판단하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는 “MBK는 그동안 국내에서 시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한 다음 핵심 자산을 매각하거나 과도한 배당금 수령 등을 통해약탈적 경영을 일삼아왔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또 이번 공개매수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장형진 고문과 MBK 등 공개매수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고려아연의 온산 제련소가 위치한 울산 정치권도 이번 분쟁에 개입하고 나섰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날 “50년간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을 시민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울산시의회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문을 낸 데 이어 추가로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반면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가 없는 행위라고 선을 긋는 모습이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MBK가 최대주주와 함께 시장을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며 “적대적인 행위, 경영권 탈취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며 “중국계 자본이 펀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33.1%, 최 회장 측이 34.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돌입한 MBK·영풍이 공개매수(6.98∼14.61%) 최대치에 성공한다면 지분 52.2%를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공개매수 성공 여부와 함께 지분 7.8%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 영풍 장형진 고문(왼쪽)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사진=각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