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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위스금융감독청(FINMA)은 이날 UBS의 CS 인수와 관련해 “CS의 채권 가운데 160억스위스프랑(약 173억달러·약 22조 4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 처리했다”고 밝혔다. CS의 ATI을 회계상 손실처리, 채권 가치가 사실상 ‘제로’가 됐다는 의미다.
AT1은 은행 등 금융사가 자산부실화 등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발행하는 완충제 역할의 채권으로, 후순위채권 또는 코코본드라고도 불린다. 은행의 자본비율이 미리 규정된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 동의 없이 즉시 상각 또는 보통주로 전환해 은행의 자본을 늘려주도록 설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납세자의 돈으로 은행을 구제하는 것에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는 은행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납세자가 아닌 투자자가 손실을 흡수하도록 바젤3 시행과 더불어 도입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CS AT1을 보유하고 있으며, 핌코, 인베스코, 블루베이펀드 등이 특히 대량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운용사들이 UBS의 CS 인수 결정 이전에 AT1 보유량을 축소하거나 전량 매각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채권 투자자들은 CS의 주주는 보호하면서 채권 보유자는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아퀼라 어셋의 패트릭 카우프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말이 되지 않는다. 자본 구조의 선순위가 존중돼야 한다. 주주들이 아닌 AT1 보유자들에게 돈이 갔어야 했다”며 “AT1 시장에 명백히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FT도 “다른 은행들의 채권 매각으로 이어져 유럽 채권시장에 악몽을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브랜디와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존 맥클레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T1 투자자들은 해당 채권이 고위험 자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AT1은 이번과 같은 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가 시장에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