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만난 항공엔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항공엔진 100% 국산화를 이루기 위해선 정부의 장기적인 대규모 지원과 함께 산학연 연계를 통한 인재 육성·기술개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는 2030년대 중후반 독자 항공엔진 확보를 목표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기술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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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 모레노 코네티컷주립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메이저 항공엔진 제조사 프랫앤드휘트니(P&W)에 40년 이상 몸담은 전문가다. 그는 “항공산업은 많은 자금이 필요해 기업과 대학에서 기본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한 많은 규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관련한 정부 도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P&W에 재직하며 직접 엔진 개발에 합류한 옴 샤르마 박사도 긴 호흡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엔진에는 수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이를 검증하는 데만 매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이 과정에서 예산을 삭감하거나 인력을 내보내는 일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엔진 부품 분야에서도 장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적극적인 세제 혜택 등 대기업을 유인할 정책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2014년 주정부가 역내 주요 항공 기업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제정한 ‘항공산업 재투자법’이 대표적이다. 코네티컷 소재 주요 항공 기업이 지역 내에서 1억달러(약 1300억원) 이상을 재투자하면 대규모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 골자다.
실제 P&W는 2014년 항공산업 재투자법 통과 이후 주정부와 약 2년간 협상을 거쳐, 항공 연구시설 개발에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2017년 발표했다. 당시 P&W 대표였던 로버트 레둑 대표는 코네티컷 주정부가 선구안을 갖고 재투자 법안을 통과시킨 덕분에 회사 주요 설계 기능을 코네티컷에 유지할 수 있었고, 코네티컷은 장기적으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를 지켜 낼 수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지원→일자리 창출…생태계 선순환 구조
높은 전기료 탓에 운영에 차질을 빚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자금도 지원한다. 많은 제조 기업이 전력 효율화 설비를 설치하고 싶어도 높은 초기 투자 비용 탓에 이를 실행하기 어려워하는데 코네티컷 정부는 최대 80만달러까지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주는 코네티컷주립대, 센트럴코네티컷주립대 등 인근 대학·연구기관과 활발할 산학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미국 항공엔진 부품 업체 이닥(EDAC) 지분을 인수하며 현지 진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인근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센트럴코네티컷주립대에 20만달러를 투자해 기계공학과 엔지니어링 디자인랩 설치를 지원했으며 현재까지 인근 지역 대학과 공업 고등학교 등에서 100여명의 기술직 인재를 신입 직원으로 채용했다.
비토 교수는 “한국이 항공엔진 국산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인재뿐 아니라 이를 만들고 조립하고 테스트하는 시설 모두에도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10년도 더 걸릴 수 있겠지만, 한국 정부가 만약 시간과 경제적인 지원을 해준다면 국산화가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