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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럽 규제당국 제동에…아마존·어도비 등 M&A 포기
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국 1위 저가 항공사(LCC)인 제트블루는 38억달러에 경쟁사인 스피릿 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계약을 지난 3월 포기했다. 미 법무부가 양사 합병시 일부 노선의 운임이 30% 오르는 등 시장 경쟁을 해칠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후 제트블루는 계약을 파기하고 스피릿에 위약금으로 6900만달러(약 957억원)를 지불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제조 기업인 어도비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 인수를 중단해 10억달러(약 1조 3857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줬고, 아마존닷컴도 M&A 계약 파기 위약금으로 로봇 진공청소기 어베 아이로봇에 9400만달러(약 1302억원)를 지급했다.
이들 모두 구매 기업이 계약을 파기해 위약금을 물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M&A 계약에서는 판매 기업이 더 비싸게 회사를 사들이겠다는 기업과 계약하겠다며 기존 계약을 파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위약금(reverse break up fee) 조항을 포함한다. 계약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 및 손실 등의 보전을 목적으로 한다.
이처럼 M&A 거래에서 위약금이 중요해진 것은 각국 반독점 규제당국의 승인 기준이 엄격해진 영향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지면 소비자 이익이 손상될 수 있다는 게 각국 규제당국의 공통된 입장이다.
어도비의 200억달러 규모 피그마 인수 거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규제당국의 반대에 부딪혔다. 각 규제당국은 반경쟁적인 거래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고, 1년 이상 검토하며 어도비에 여러 차례 문서와 기타정보 등 반경쟁적 합병 관련 수정 사항들을 요구했다. 결국 어도비는 위약금을 물고 인수를 포기했다.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는 EU가 “로봇 청소기 시장 경쟁을 제한해 가격 상승 또는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올해 2월엔 미 FTC가 미 식료품 대기업인 크로거의 알버트슨스 인수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FTC는 시장독점에 따른 식료품 가격 인상, 서비스 및 품질 저하, 임금 등 직원들의 복지 축소 등을 M&A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기업들 M&A 접근 더욱 신중해질듯…시장 위축 우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자금난으로 가뜩이나 M&A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앞으로는 기업들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M&A 거래액은 3조달러로 지난 10년 동안 두 번째로 저조했다.
유럽에서는 규제당국이 승인의 전제 조건으로 일부 사업 매각 등을 요구했을 때 구매 기업이 모든 부담과 의무를 지는 ‘헬 오어 하이 워터’(hell or high water) 조항을 M&A 계약에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거래에서 최종 승인을 받아내기 위해 블리자드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권한을 프랑스 유비소프트에 매각해야 한다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피치북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닛케이는 “11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M&A 거래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규제 당국이 M&A를 지나치게 억제하면 산업의 신진대사가 약해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