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간청" 판사 앞 무릎 꿇은 아버지...'교제살인' 의대생 "한때나마"

  • 등록 2024-11-09 오전 9:19:19

    수정 2024-11-09 오전 11:07:2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강남역 의대생 여자친구 살인 사건’ 피해자 아버지는 재판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 최모 씨가 지난 58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우인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모(25) 씨의 결심공판에서 최 씨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극형 선택이 불가피하고, 비록 사형 집행이 되지 않더라도 사형수로서 평생 참회하도록 하는 게 유족에 대한 사회가 가져야 할 공감과 위로”라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살해 경위에 관해 피해자의 아버지가 혼인 신고 사실을 알고 의사가 되지 못하게 방해하려 했다는 등 원인을 외부로 전가하려 했다”며 “결국 피고인은 마지막까지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최 씨에게 사형을 선고해서 피해자 가족들이 미약하나마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간청 드린다”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는 “소중한 보물이었던 딸을 보내고 남은 가족들은 집안에 갇혀 눈물로만 시간을 보내왔다”며 “이 땅에 법이 존재하고 준엄하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보여줘서 살인자들이 법을 우습게 여기고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최 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희 부모님께서는 평생 저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쳐줬지만 저는 그 가르침대로 살지 못해 용서받지 못한 일을 저질러버렸다”며 “한때나마 타인을 돕고 사람을 살리는 학문을 공부하며 기대를 받았던 저는 사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충격과 슬픔만 안겨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 혼자만의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었고, 그 끝에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며 “피해자, 피해자 가족, 피해자를 사랑하는 사람들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최 씨는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 공판에서 최 씨는 여자친구와 지난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안 피해자 부모가 혼인 무효 소송을 추진한 것이 밝혀졌다,

첫 공판에서 최 씨 측은 심신장애를 주장했지만, 정신감정 결과 심신장애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 씨는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자, 자기 삶이 침해당했다고 자각했고 피해자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발현됐다”면서 “피해의식과 분노감이 누적된 정서적 상태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최 씨는 자기애적 특징이 강하고, 소유욕과 인정욕이 많으며,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게 관찰됐다”고 했다.

검찰은 사건 관련 증거들과 관련해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살인’, ‘사형’, ‘죽이는 법’ 등에 대한 검색을 한 내용이 확인됐다”면서 “CCTV 영상 검토 결과, 최 씨 주장과 달리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정신감정 결과 등 재판 기록을 검토한 뒤 다음 달 20일 최 씨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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