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사모펀드(PEF)운용사 콜러캐피탈(Coller Capital)의 김준호(Peter Kim) 아태지역(APAC) 투자 부문 대표는 세컨더리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흔히 ‘선수끼리의 거래’라고도 표현되는 세컨더리는 사모펀드 등이 보유한 기업 지분을 유동화하기 위해 다른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투자 전략을 일컫는다. 기존 투자자는 이러한 거래를 통해 통상 투자금을 적기에 회수할 수 있고, 후속 투자자는 검증된 회사의 지분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금리 여파로 자본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설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이데일리는 펀드레이징을 위해 한국을 찾은 피터 킴 대표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만나 한국의 세컨더리 시장 전망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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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0년 설립된 콜러캐피탈은 세컨더리에 강점을 가진 영국계 사모펀드운용사로, 330억달러(약 45조 6000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굴리고 있다. 현재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 룩셈부르크, 홍콩, 베이징, 취리히, 서울 등 7곳의 투자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에선 지난 2022년 국내 사모펀드운용사 한앤컴퍼니와 함께 쌍용 C&E 세컨더리 투자를 단행, 아시아 최대규모의 GP-led 유형의 세컨더리 거래를 마무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 외에도 국내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LP 지분 포트폴리오를 단독으로 인수하는 LP-led 거래도 완료했다.
세컨더리 투자 전략은 크게 LP-led와 GP-led 유형으로 나뉜다. LP-led는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기관투자자로부터 비유동성 자산으로 분류되는 사모펀드의 LP 지분을 매수하는 것으로, 기투자된 기업자산을 공정가 대비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GP-led 투자 유형은 만기가 임박한 펀드를 보유한 GP가 세컨더리 운용사와 협업,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기투자된 우량 자산을 매수함으로서 LP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고 GP로 하여금 새로운 펀드기간 동안 우량 자산의 미래 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콜러캐피탈 글로벌 경영진 멤버이자 아시아 대표를 역임 중인 피터 킴 대표는 아시아 투자 총괄 업무 뿐 아니라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릿지대학교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자본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4년 영국 런던 바클레이즈캐피탈에 발을 들여 부동산과 기업증권화, 인프라금융 등을 담당하다가 2006년 메릴린치로 자리를 옮겨 헬스케어 IB 부문에서 인수합병 자문을 담당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9년 킴 대표는 콜러캐피탈에 합류해 아시아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고, 2012년 홍콩 사무소 개설에 이어 지난 2022년 한국 사무소를 세웠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컨더리…“분위기 반전”
피터 킴 콜러캐피탈 아시아 대표는 세컨더리 시장을 바라보는 전 세계 출자자(LP)들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사모투자 전략에서 세컨더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 미만 수준으로 작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 전략에 관심을 두는 LP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 “세컨더리 전략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던 2009년과 지금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과거에는 부동산 투자가 주를 이뤘으나, 지금은 한국의 LP 생태계 자체가 그때보다 월등히 성숙해졌기 때문에 세컨더리 전략 등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세컨더리 부문에 가장 관심이 높아진 곳이 APAC이라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APAC 지역의 LP 중 70%가 세컨더리에 대한 자산 배분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APAC은 세컨더리 전략을 취하는 것에 있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때문에 관심도가 여타 국가 대비 올라간 것으로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피터 킴 콜러캐피탈 아시아 대표에게 ‘요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LP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세컨더리 투자 적기가 지금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고금리가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에 세컨더리에 대한 비중을 늘리기에 좋은 타이밍인 것은 맞다”며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을 보더라도 프라이머리(primary) 시장보다 세컨더리 시장이 더 활성화되어있듯이 사모시장에서도 프라이머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는 만큼, 세컨더리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피터 킴 콜러캐피탈 아시아 대표는 인터뷰 내내 세컨더리 시장에 투자 기회가 크다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해외에서 한국을 신흥국으로 보는 시선이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투자 사이드에서 봐도 한국은 민첩하게 움직이고 대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사모투자 관계자들이 이러한 민첩함을 살려 세컨더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입한다면 진일보한 시장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콜러캐피탈은 이에 대비해 한국 투자기회를 검토할 수 있는 투자운용팀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는 그간 IR팀을 신설해온 여타 글로벌 운용사들의 행보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터 킴 콜러캐피탈 아시아 대표는 “특정 국가에 진출할 때 IR팀을 신설하기는 쉽지만, 투자 팀은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빌드업이 어렵다”며 “글로벌 운용사들은 그간 IR팀을 신설하고 기존 사업 전략을 가져다 댔지만, 아시아는 투자 시장 특성상 ‘현지화’가 가장 필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경우 수많은 GP가 다양한 자산을 다루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LP 풀 역시 성숙하기 때문에 투자팀을 먼저 신설하기로 결정했다”며 “무슨 일을 잘 해내려거든 인력과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 결과 콜러캐피탈은 한국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딜을 여럿 성사시켰고, 현재도 다양한 GP들의 요청에 응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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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세컨더리 전략을 잘 활용한다면 사모투자 시장이 보다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며 “콜러캐피탈은 한국의 세컨더리 거래에 물꼬를 트일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다이내믹하고 민첩한 성향을 녹여내 사모투자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콜러캐피탈은 현재 약 100억 달러(약 13조 8000억원) 규모의 아홉 번째 플래그십 펀드를 조성키 위해 펀드레이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까지 20개 안팎의 국내 LP들이 해당 플래그십 펀드에 출자를 확정지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