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영국 회사 ARM이 자국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고 올해 미국 증시에서만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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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와 ARM은 올해 미국에서만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들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ARM은 영국 정부로부터 미국과 영국 증시에 동시 상장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 수개월 간 금융감독청(FCA)을 비롯한 영국 정부와 협상해왔다. 현 리시 수낵 총리는 물론 보리스 존슨 전 총리도 재임 기간 ARM에 영국 증시 상장을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 증시의 투자자 기반이 더 탄탄하고 ARM이 높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받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영국 정부의 동시 상장 요청을 거부했다.
블룸버그는 ARM의 이번 결정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를 자국에 유치하려는 영국의 시도에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 세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의 90% 이상이 ARM의 설계도를 사용하며,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Arm이 뉴욕증시에 상장한 이후 런던 증시에 2차 상장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2016년 320억달러(약 41조7000억원)를 들여 ARM을 인수했다. 2020년 9월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려 했으나, 각국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매각 대신 ARM을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