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청산가치 우선 보장’에 결국 찬성
국민연금이 진통끝에 자율적 채무재조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산은의 최종제안이 그간 국민연금이 요구해온 ‘법적보증에 준하는 안정장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산은은 △사채 상환 자금 관리용 에스크로(별도)계좌 개설 △청산가치시 추정 회수금액(1000억원) 즉시 에스크로에 입금 △신규지원 자금 사채권자 최종 상환기일까지 유지 노력 △2018년부터 매년 실사 통해 상환 능력 확인시 조기 상환 등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사채권자에게 대우조선 청산치 추정 사채 회수율(6.6%)에 해당하는 1000억원(1조5000억원의 6.6%)을 먼저 보장하겠다는 제안이 막판 국민연금의 마음을 돌린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대우조선이 자율적 채무 재조정에 들어가더라도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사채권자 건질 수 있는 돈은 우선 별도(에스크로)계좌 입금을 통해 보장해주겠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기금운용본부도 실제 “대우조선과 산은, 수출입은행이 만기 연장 회사채에 대한 상환 이행 보강 조치를 취함에 따라 그 내용을 고려해 수익성과 안정성 관점에서 심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안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자율적 채무재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한 회차라도 부결되서는 안 된다. 개별 회차는 각각의 출석 채권액의 3분의 2,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만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된다. 현재까지는 중기중앙회와 한국증권금융 정도만 동의 의사를 표했다. 특히 신협은 1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내년 4월 만기 회차새 600억원 중 절반(300억원)을 들고 있어 중요하다. 신협중앙회는 17일 투자전략위원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정리한다. 2000억 규모의 CP투자자는 사채권자 집회가 아니라 개별적인 접촉을 통해 모두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CP는 우정사업본부가 3분1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유동성 위기 해소...해묵은 숙제 여전
출자전환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1조5500억원 규모의 사채권자 절반인 7500억원이 출자전환되면 지난해 말 5544%였던 부채비율은 324%로 하락한다. 부채는 10조3033억원으로 2조9415억원이 줄고 자기자본은 3조1804억원으로 2조9415억원이 불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산은과 수은이 2조9000억원의 한도성 여신(마이너스통장)을 열어준다. 2015년 10월에 투입된 4조2000억원 중 남아있는 3800억원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정관리와 유동성 위기를 벗어난 것일 뿐 ‘밀린 숙제’는 여전하다. 1조원의 규모의 소난골 드릴십 인도도 저유가 속에서 여전히 안갯속이다. 올해(20억달러)는 그렇다고 쳐도 중장기적으로 수주절벽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 영국 조선·해운 시황분석 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최근 ‘선박 발주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8년 연간 발주량을 2050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감안한 표준 화물선 환산 t수)로 지난해 9월 전망치보다 510만CGT(20%)를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