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공기업개혁]③방만경영 수술도 `헛칼질`

인사,보수,노사관계 등 `소프트웨어` 개혁 난항
성과연봉제 도입한다더니 "간부직원에게만 적용"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수단으로 변질돼도 방관만
  • 등록 2010-07-14 오후 2:47:13

    수정 2010-07-14 오후 2:52:36

[이데일리 박기용 기자] 이명박정부의 공기업개혁은 인사, 보수, 노사관계 등 소프트웨어적인 관점에서도 지지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6차례에 걸친 공공기관 선진화계획 대부분을 민영화와 통폐합, 지분매각과 청산 등 주로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접근해왔다. 가시적인 성과를 드러내기 위해선 공공기관 전반의 '몸집'을 크게 줄이는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08년말 공공기관 선진화 4차 계획 발표때가 돼서야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개혁을 처음으로 공언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69개 기관의 정원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는 경영효율화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3월 발표한 6차계획에선 정원감축과 자산매각 등 조직의 슬림화를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본질적인 개혁, 즉 운영시스템의 개선은 산발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성과에 책임지지 않는, 유휴인력이 넘치는 공공기관 특유의 비효율성이 종식되지 않는 것은 외형적 슬림화에만 치우친 정부의 전략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 요란했던 `성과연봉제` 10%에게만 적용

공기업 체질개선을 위한 개혁방안 중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제도는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등 두가지다. 공기업의 인사와 보수문제를 다루는 이 두가지 개혁방안이 성공하게 될 경우 공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으리란 게 정부의 계산이었다.

문제는 이 두가지 방안마저 반쪽짜리 개혁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논란이 돼 온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권고안을 의결했다.
 
근속에 따른 호봉제 대신 평가를 통해 보수차를 누적 확대하는 기본급과,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임금구조를 만드는 게 골자였다. 이를 통해 임금격차를 최대 2배 이상 확대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다.

하지만 일반 직원들은 배제한 채 간부직만을 대상으로 도입을 권고하기로 하면서 적용 대상자는 전체 공공기관 직원의 10%로 쪼그라 들었다. 정부는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한 연봉제 도입방안을 내년 이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포기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임금피크제로 인건비 줄이랬더니 '정년연장' 수단으로

임금피크제 도입도 꼬일 대로 꼬여 있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27개 공공기관 중 한국전력(015760) 등 11곳은 오히려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제도를 도입해놨다. 
 
정년연장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며 칼날을 세웠던 주무부처 기획재정부는 돌연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합의한 사안이라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버렸다. 지난해 9월부터 제시하겠다던 정부의 `표준 모델`은 기약이 없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택한 공기업들의 반발과, 청년실업 해소라는 국가적 과제 사이의 딜레마 앞에서 우왕좌왕하다 `자율`이라는 명목으로 결국 방치해둔 꼴"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의 힘이 상대적으로 월등한 공기업의 특성을 고려할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단체협약을 다시 뜯어고치려면 한바탕 홍역이 불가피하다.
 
임금피크제 같은 경영효율화는 노사관계의 개혁과 한묶음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기업의 한 임원은 "임금피크제가 단체협상을 통한 노사 합의 사항이라 정부로서도 어찌할 수 없다지만, 우리로선 (정부가)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은 채 채찍질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부가 처음부터 임금피크제에 대한 방침을 구체화하고 표준모델을 제시했더라면, 혼란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 "평가방식부터 뜯어 고쳐라"

공기업의 체질을 제대로 개선하기 위해선 결국 실적에 연동된 평가, 임금체계의 합리화, 노사관계의 개선을 담아낼 수 있는 평가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공기업의 방만과 비효율을 바로잡으면서도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방식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공기업 경영진들은 임기제이다보니 노사문제 자체를 책임경영이란 측면에서 보지 않는데다,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협상할 유인도 없다"며 "노사관계 개혁을 위해선 단순하고 투명한 임금체계 등 시장 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록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수익성과 성과라는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기 보다는 해당 공공기관을 통해 혜택을 받는 쪽과 피감기관, 정부관계부처 등이 협의해 개별 공공기관에 특성에 맞는 목표를 설정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은 기업으로서의 수익을 극대화할 책임과 정부 정책을 실현해야 할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책임이 상충되는 면이 있다"면서 "정부 정책과 관련한 개별 공기업과 구성원의 의무사항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구분해 성과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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