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당국, 유동성 적은 美독립기념일 노려 개입할수도"

日재무관 발언 토대로 개입 기준 '과도한 변동' 분석
변동률 2주간 4% 이상·6개월간 한방향 25% 이상 돼야
연초대비 20엔 이상↓·한방향 큰폭 누적된 경우도 해당
"최근 시세는 변동률 기준 충족 못해…가격폭은 충족"
  • 등록 2024-07-01 오전 11:35:37

    수정 2024-07-01 오전 11:35:3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가치가 약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환율은 상승) 가운데, 일본 당국의 개입이 언제 이뤄질 것인지 시장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과 달리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달러·엔 환율 160엔을 돌파했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 (사진=AFP)


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전 11시 15분 현재 160.89~160.90엔에서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1986년 12월 이후 37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달러·엔 환율이 지난달 26일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두 달 만에 160엔을 재돌파한 데 이어 28일 장중 한때 161엔대에 진입했음에도 일본 당국은 구두개입 외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시장에선 일본 당국이 새로운 방어선을 설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일본 당국은 지난 4월 29일 달러·엔 환율이 160엔을 돌파했을 때에는 두 차례에 걸쳐 9조 7000억원 규모 실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구체적인 방위 라인은 없다”고 잘라말했다.

일본 재무성은 개입과 관련해 ‘과도한 변동’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주요7개국(G7)이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개입을 허용한다’고 합의한 데 따른 기준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이 지난 3월 말 “2주일 동안 4% 움직인 것은 결코 완만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발언한 사실에 주목했다. 이 발언 이후 약 한 달 뒤인 4월 29일 실개입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엔 환율 변동폭이 2주 동안 최소 4% 이상 돼야 한다는 게 닛케이의 설명이다. 최근 2주 동안의 변동폭은 2%대에 그치고 있다.

칸다 재무관은 또 2022년 9월 실개입에 나섰을 당시엔 “반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25% 정도 엔저 방향으로 변화했다”며 “이는 급격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6개월 동안 약 14% 하락해 급격한 움직임이라는 기준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짚었다.

즉 G7 합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본 당국이 실개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스즈키 히로시 수석 외환 전략가는 “최근 달러·엔 환율 변동률이 (과거 칸다 재무관의 발언에서 요구되는) 수준까지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이) 개입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칸다 재무관은 지난해 10월 “달러·엔 환율 가격 변동폭이 연초대비 20엔 이상인 것도 (과도한 변동)의 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또 “한 방향으로 일방적인 움직임이 쌓여 일정 기간에 매우 큰 움직임이 있는 경우에도 과도한 변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닛케이는 “달러·엔 환율이 올해 20엔 이상 하락해 가격 변동폭 기준은 충족한다. 또한 지금처럼 엔저가 완만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누적된 가격 변동폭이 크다면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JP모건체이스은행의 타나세 준야 수석 외환 전략가는 “정부의 개입은 어디까지나 그때의 시장 상황을 근거로 판단된다. 유일한 척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가격폭을 중시한다면 언제 개입이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본 당국이 개입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수석 외환 전략가는 “유동성이 떨어지는 공휴일인 미 독립기념일(4일)을 개입 목표 시기로 삼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유동성이 떨어지면 적은 거래량에도 변동폭을 키울 수 있어 개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편 이번주엔 프랑스와 영국의 조기 총선, 미국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PMI),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FOMC) 의사록, 6월 미국 고용통계 등 달러·엔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실업률 상승 등 고용 둔화가 확인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 반대 결과가 나오면 엔저가 가속화할 수 있어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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