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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LA카운티에 거주 중인 린 레빈-구즈만은 90세 노부모님의 집 앞마당에 정원 호스를 배치했다.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더이상 보험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 대응에 나섰다며 “75년 동안 이 집에 살면서 같은 보험을 유지해 왔는데, 보험사가 화재 보험을 취소했다”고 토로했다.
CNN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레빈-구즈만과 같은 상황에 놓인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보험 담당 부서에 따르면 2020~2022년 보험사들은 캘리포니아주에서 280만건의 주택 보험 갱신을 거부했다. 여기엔 현재 화재가 진행 중인 LA카운티 지역의 53만 1000건이 포함됐다.
CNN은 “대부분이 보험사에 의해 취소됐다”고 짚었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민간 보험사인 스테이트 팜 제너럴이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의 주택 및 아파트 7만 2000개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 사례다.
손실이 커지자 보험사들은 화재 발생 위험 지역에선 더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CNN은 보험업계 자체 통계를 인용해 2017~2018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10년 동안의 수익에 해당하는 비용을 보험사들이 지불했다고 설명했다.
LA타임스는 “이미 수십만명의 캘리포니아 주민이 저렴한 주택 소유자 보험을 찾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이 취소된 주택 소유자들은 보험 없이 생활하거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주정부의 ‘페어(FAIR)플랜’에 의존하고 있다. 페어플랜은 일반 주택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주택 소유주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험료는 더 비싸고 보상 범위는 더 적은 데도 지난 몇 년 간 수요가 급증했다.
이번 산불이 처음 발생한 서부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도 9000개의 주택 중 약 1400개가 지난해 패어플랜에 가입돼 있다. 2020년 대비 4배가 증가한 규모다. 이 지역의 주택 가격은 평균 31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억 3600만원이다.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컨슈머 워치독은 “보험 요율이 40%에서 50%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스테이트 팜, 파머스, 올스테이트 등과 같은 전국 단위의 주요 보험사들 중 대다수가 지난 13개월 동안 25% 이상 요금 인상을 승인했다”고 지적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캘리포니아주에서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욱 비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지역을 떠나려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CNN은 전했다.
한편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기후변화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도 보험사가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보험료가 오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2008년과 유사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