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보금자리론 판매

수요예측 실패한 정부
MBS발행물량 한계치
대출공급 축소 불가피
지급보증 평균 넘어서
  • 등록 2016-10-23 오후 5:03:17

    수정 2016-10-23 오후 6:46:11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보금자리론 판매에 빨간불이 커졌다. 정부가 판매수요 예측에 실패하면서 대출이 급증하자 보금자리론의 기초자산인 주택저당증권(MBS)물량이 한계치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사실상 대출공급 여력을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늘어난 대출 때문에 주금공은 MBS 물량을 늘려 유동화해 기초자산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시장에선 늘어난 MBS물량이 채권시장을 압박하면서 시중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주금공의 MBS 지급보증 배수는 평균 38배 수준에서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데 보금자리론 등의 추가공급에 나서면 41배까지 상승해 위험관리에 부담도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24조3873원이었던 MBS 발행 물량은 이미 올해 연간 공급목표(한도) 26조원을 돌파했다. 주금공 관계자는 “10월 현재 발행 목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MBS 발행 한도 초과 시장에 ‘부담’

MBS를 발행하지 못하면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공급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품을 주금공이 공급하려면 은행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사와야 하는데 주금공은 채권 값으로 지급하는 자금을 MBS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은행에서 받은 대출채권을 담보로 다시 ‘채권’을 발행해 유동화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수익증권’이지만 주금공이 보증을 서 채권으로 통용된다.

문제는 주금공의 MBS 발행 한도가 넘은 상황에서 정부가 보금자리론 6조원과 적격대출 2조원 등 ‘8조원+알파(무제한 공급분)’의 공급을 선언했다는 점이다. 추가 MBS를 발행해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할지는 의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 팀장은 “8조원규모의 MBS가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자금이 경색되는 시기여서 물량을 모두 발행한다면 미매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매각이란 채권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채권은 발행했지만 최종수요처에 물량이 가지 않고 발행주간사인 증권사가 떠안는 것이다. 증권사는 MBS발행 수수료를 챙기고 발행시장 큰손인 주금공과의 관계를 고려해 미매각 물량을 대부분 인수한다. 이후 시차를 두고 다른 기관에 싸게 팔거나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보유하지만 그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채권 시장에 부담요인이 된다.

단적으로 지난 8월5일 발행된 MBS 2016-16과 8월19일 발행된 MBS 2016-17은 대규모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MBS 2016-16은 1년물(트랜치·Tranche, 분할 발행) 300억원, 2년물 3300억원, 5년물 5500억원 등 총 9100억원, 2016-17에선 5년물 5900억원, 7년물 100억원 등 총 6000억원이 팔리지 않았다. 두 차례의 MBS 발행에서 1조5100억원의 미매각 물량이 발생한 것이다.

MBS 2016-16과 2016-17의 기초자산은 모두 주금공의 보금자리론과 금융기관의 주택담보 적격대출, 디딤돌대출 등을 혼합한 것이며 9개 트랜치로 구성됐다.

정연홍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매각은 수급적인 요인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BS 보증배수 40배 돼…주담대 금리 상승 영향

추가 MBS 발행이 시장금리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결국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를 수 있다. 실제 시장금리는 상승세다. 은행채(AAA, 1년 만기) 월별 단순평균금리는 8월 1.28%에서 9월 1.39%로 상승했다. 이런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해 산출하는 코픽스(신규)는 9개월 만에 전월대비 0.04%포인트 올라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을 예고했다.

한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이 경색된 게 사실”이라며 “불쑥 튀어나오는 이슈라 국지적인 영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주금공의 MBS 지급보증배수가 급격히 상승한 것도 위험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금공은 MBS를 발행할 때 지급보증을 한다. 주금공 법에 따라 자기자본의 50배까지 할 수 있지만 이는 법상 한도이고 실제로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40배 수준으로 운영 중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정부가 ‘8조원+알파’ 추가 공급에 나서면 현 38배의 지급보증배수가 40~41배까지 상승한다”고 말했다. 위험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8조원 이상 추가 공급하면 자본금 확충의 문제가 불거져 추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MBS 한도는 엄격하게 정해놓고 필요 시 추가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발표한 규모는 아직 문제없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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