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이사장 언제 오시렵니까

후보추천위 구성됐지만 개점휴업 중
은행연·손보·생보협 인선 후 진행하나
  • 등록 2020-10-30 오전 11:01:00

    수정 2020-11-01 오후 2:00:55

[이데일리 이지현 유현욱 기자] 서울 여의도 증권가의 중심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한국거래소 얘기입니다. 정지원 이사장의 임기가 11월 1일로 종료되지만, 아직 후임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속사정이 있습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일반직 고액 연봉 취준생에겐 ‘인기’지만…


1956년 3월 문을 연 거래소는 기업에 성장자금을, 국민에게 재산 증식 기회를 제공하며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온 준 공공기관입니다. 유가증권과 코스닥시장, 선물시장 등을 공정하게 운영하는 관리자 역할 뿐만 아니라, 시장감시를 통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차단하고 예방하는 자율규제기관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9년 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 직전에 공개된 이사장 연봉은 6억4800만원(기본급 3억원+성과급 3억4800만원)으로 공공기관장 중 1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직원 평균 연봉도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1억원을 넘으며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인기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정 이후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286개 공공기관장의 평균 연봉(1억4000만원)과 비교해 364%나 많다는 지적을 받은 이후 이사장의 기본급은 1억61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깎였습니다. 2015년에야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으나 10년이 흐른 현재 이사장의 연봉(기본급 2억1754만원+성과급)은 3억원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는 금융 유관기관장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이 기관장 모집 공고 때마다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금융 유관기관과 비교해 거래소 이사장의 연봉이 많지 않다 보니 이사장 물망이 오르더라도 잘 오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본시장을 위해 공익근무하겠다는 마음으로 오지 않는 이상 자꾸 이런 일이 반복돼 속상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신관로비에서 빅히트의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하며 꽃가루가 날리고 있다. 사진은 박태진(왼쪽부터) 제이피모간 서울지점 대표이사와 박지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HQ CEO, 윤석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Global CEO,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의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임재준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라성채 유가증권시장본부장보 등이다.
◇ 금융가 협회장 모시기 ‘러쉬’…거래소는 후순위


거래소 이사장의 임기는 가장 먼저 종료를 앞두고 있지만, 인선은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등과 같은 주요 금융협회의 회장 선출이 마무리된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전국은행연합회장직입니다. 은행장 기준으로 연봉이 책정돼 7억원대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장 후보군들에게는 1지망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현재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의 연봉은 3억~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후보군들에게 2지망입니다. 손보협의 경우 2차례 회의 끝에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 유관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등 5인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29일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후보직을 고사하면서 정지원 이사장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상태입니다. 만약 정 이사장이 손보협회장에 오르면 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이은 민간 기관장 3연속 석권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됩니다.

생보협회 하마평에는 진웅섭 전 원장과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 등이 올랐습니다.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직에는 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유광열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광남 전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등 외부 출신 3명과 김상택 현 서울보증 사장, 자회사인 SGI신용정보의 강병세 사장 등 내부 출신 2명이 지원한 상태입니다.

손보협회를 제외한 은행연 등의 기관장 임기가 11월 30일 종료됩니다. 다소 여유 있게 후보를 압축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유관기관장 후보에서 떨어진 사람이나, 그 사이 마음을 바꾼 사람이 거래소 이사장으로 지원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죠.

하마평에 잇따라 ‘절레절레’

현재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는 민병두 전 의원과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민병두 전 의원은 17·19·20대를 지낸 3선 의원 출신으로 거래소 등 증권·금융 관련기관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에서 8년간 활동한 경험이 있습니다. 2018년 7월부터 20대 국회가 끝난 지난 5월까지 정무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하지만 ‘노래방 성추행’으로 ‘미투(Me too·나도 말했다)’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4·15총선 서울 동대문을 공천에서 탈락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미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민감해졌다는 점에서 민 전 의원의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과 국제금융과장, G20기획조정단장,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하고 2014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2015년 금융정책국장, 2016년 금융위 상임위원 2017년 금융위 사무처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경제 관료입니다. 현재 자본시장을 관장하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어 대부분 현안을 꿰뚫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최근 거의 빠짐 없이 챙겨오던 금융리스크 점검회의와 위원장을 맡은 증권선물위원회의에 모두 불참하고 휴가를 내는 등 신변정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으며 거래소 이사장 하마평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공직에서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다며 하마평을 일축했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거래소 이사장 후보 윤곽은 금융 유관기관장의 인선이 마무리된 11월 말 12월 초에나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1개월 전에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이사장 선임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정 이사장이 손보협회장으로 바로 취임할 경우 거래소 이사장은 12월까지 공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영지원본부장겸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채남기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할 것 같다”며 “대행체제로는 조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신임 이사장 찾기가 빨리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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