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어느 장단에 맞출까…은행권 “어찌하옵니까”

은행권, 50년 주담대 내놓은지 얼마되지 않아
판대 중단·연령제한 속속…당국 눈치보기 행보
정부 기조 발맞췄으나 가계 빚 주범으로 내몰려
"주담대 기간 늘렸다고 가계대출 원인 어불성설"
  • 등록 2023-08-25 오후 4:07:34

    수정 2023-08-27 오후 2:17:57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은행권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정부의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에 발맞춰 금리 상승기 취약차주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놨지만 당국은 되레 이를 가계 빚 폭증 주범으로 취급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이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 곳곳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중단하거나 연령 제한을 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323410)는 이날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는 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 준 은행들을 문제 삼은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만 34세 이하만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10일 주담대 만기를 최장 45년에서 50년으로 늘리면서 ‘만 39세 이하’ 조건을 없앤 지 15일 만이다. 45년 만기는 만 35세∼39세만, 40년 만기는 만 40세 이상만 선택할 수 있다. 15, 25, 35년 만기는 만 19세 이상이라면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앞서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달까지만 판매한다고 발표했으며, BNK경남은행은 오는 28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할 예정이다. BNK부산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Sh수협은행과 대구은행은 50년 주담대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50년 만기 주담대에 가입 연령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이 된다고 보고 있다. DSR 규제에 따라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는데, 만기가 길어지면 원리금 규모가 줄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어서다.

하지만 50년 만기 주담대는 사실상 현 정부의 작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대출 규제 완화 공약에 따라 검토됐고, 지난해 8월 주택금융공사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론 만기 연장으로 실행된 바 있다. 이에 은행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50년 주담대 대출 상품을 내놓았지만, 현재는 가계대출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작년 말 주택매수세가 식었을 때 주담대 기간을 100년으로 늘렸다고 하더라도 매수세는 살아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가계대출 증가는 부동산 경기가 회복 영향 때문이지, 대출기간 10년 연장이 결정적이라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 하반기 중 내 집 마련을 계획했던 금융소비자들은 50년 주담대 축소 움직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직장인 김모(52)씨는 “이렇게 대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냐”면서 “이제 와 애먼 은행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당국은 내주 50년 주담대 상품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 예정이다. 당초 가이드라인에는 나이 제한을 두려 했으나 역차별 논란이 커지자 나이 제한 규제를 은행의 자율 판단에 맡기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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