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차 견습 애견미용사 A(33)씨는 최근 4개월째 이어지던 견습 애견미용사 생활을 마치고 업주를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을 준비를 하고 있다.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가 넘을 때까지 일을 했지만 최저임금은커녕 교통비도 벌지 못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제대로 배웠으면 후회라도 없을 텐데 배우지도 못했다”며 “착취 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반려인이 늘어나며 애견미용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견습 애견미용사들이 받는 처우는 착취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1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받으며 주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부터 개물림 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비도 받지 못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협회 차원의 자정적 노력과 함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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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이데일리가 만난 견습 애견미용사들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애견미용은 보통 사설 학원에서 배운 뒤 1~3급 애견미용사 자격증을 따 현장에 투입된다. 이후 현장에서 ‘견습’이라는 이름으로 약 1년간 일을 한 뒤 해당 경력을 살려 다른 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견습 기간이 없으면 애견미용사로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5개월 간의 견습 생활 끝에 애견미용을 포기한 윤모(30)씨는 첫 두 달간은 전혀 월급을 받지 못했고 나머지 석달은 평균 6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견습 기간이 끝나고 가게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견습 생활을 시작했지만 도저히 버티기 힘들었다”며 “원장들은 가르쳐줄 생각도 없이 싼 가격에 사람을 쓴다는 생각으로 견습을 막 돌리고 있다. 심지어 강아지가 다쳤을 때 보상 비용을 저한테 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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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의 안전도 견습 애견미용사들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일을 하다 개에 물려도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보상은커녕 치료비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업주들의 핀잔뿐이었다. 애견미용을 그만둔 김모(31)씨는 “개물림 사고로 손을 봉합하는 수술을 했는데도 원장이 나 몰라라 하더라”며 “‘네가 조심하지 그랬어’라는 원장의 말에 일을 그만뒀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이들은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못하고 있다. 견습 기간 원장의 지도가 필요한 데 관계가 불편해질 경우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윤씨는 “급여 이야기를 하거나 처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애견미용보다는 청소라던지 여러 잡일만 시키더라”며 “배우기 위해서는 원장의 기분까지 맞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 근로계약서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영화·방송계 작가들이 비슷한 문제를 겪었을 때도 이 같은 방법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권오훈 노무사는 “협회 차원에서 표준 근로계약서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지금은 소위 ‘열정페이’ 같은 형태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게 편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손질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