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MS의 블리자드 인수 제동…게임업계 역대 최대 M&A 무산 위기

영국 규제당국 "MS 시장점유율 이미 60~70%"
"블리자드 인수하면 독점 지위 더욱 강화 우려"
"공정 경쟁 저하·혁신 위축·소비자 불이익 야기"
사실상 거래 무산 평가…MS, 즉각 항소 계획 밝혀
  • 등록 2023-04-27 오전 10:08:39

    수정 2023-04-27 오후 7:24:17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영국 규제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687억달러(약 92조원)에 달하는 게임업계 사상 최대 규모 거래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MS와 블리자드는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FP)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경쟁시장청(CMA)은 이날 MS의 블리자드 인수 거래를 승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최종 결정문을 공개했다. MS는 지난해 초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MS가 지금까지 추진한 인수·합병(M&A) 거래는 물론 게임업계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거래여서 주목을 받았다.

CMA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MS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강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MS의 우위가 강화될 것”이라며 “새롭고 혁신적인 경쟁사를 약화시키고 게임 이용자의 선택권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CMA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MS의 점유율이 현재 60∼70%에 달한다고 부연했다.

CMA는 “MS는 엑스박스, 최고의 PC 운영체제인 윈도우즈,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인 애저 및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을 소유,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콜 오브 듀티’,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중요한 게임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까지 보유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MS는 블리자드를 인수한 뒤 이 회사의 게임을 자체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전용으로 만드는 것이 상업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MS가 자사 게임기(콘솔)인 엑스박스에서만 구동되도록 블리자드 게임을 개발할 가능성을 이미 시사했다고 꼬집었다. 이는 경쟁사와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게 CMA의 판단이다.

MS 역시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엑스박스 경쟁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 및 닌텐도 스위치에서도 구동할 수 있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를 10년 동안 계속 제작하겠다고 밝혀왔지만, CMA는 “이러한 약속만으로는 (시장 독점) 우려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CMA는 지난 2월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공정경쟁 저해 △가격 상승 △소비자 선택권 감소 △혁신 위축 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잠정 결정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CMA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아예 불허하거나 블리자드 일부 부문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결정은 인수 불허를 확정한 것이다.

MS와 블리자드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MS의 브래드 스미스 부회장은 “CMA는 경쟁 저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실용적 방법을 거부했다. 이는 영국의 기술 혁신과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영국 규제당국의 불승인 결정이 뒤집힌 전례가 없어 인수거래가 무산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려면 영국뿐 아니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들 기관 역시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FTC는 지난 2월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게임 시장의 경쟁 약화가 우려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EU는 다음달 22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규제당국의 결정은 미국에서 MS의 블리자드 인수 거래를 차단하려는 FTC의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MS, 아마존, 애플, 구글,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려는 지지자들에게 큰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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