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응시했다가 답안지가 채점되기도 전에 파쇄돼 합격 기회를 박탈당한 피해자들이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한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이 21일 열렸다. 첫 변론 기일인 만큼 증거자료 제출 기한을 확인하고 다음 변론 기일을 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지난 5월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가 채점 전 파쇄됐다고 밝히며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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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박태일)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한국산업인력공단을 상대로 7억35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앞서 피해자 147명은 지난 6월 1일 500만원씩 총 7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에 11월 3일까지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한 자료를 포함한 피고 대리인의 준비 서면에 대한 반박 서면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가 원고와 피고 측에 추가로 변론할 사항을 물었고, 양측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날 원고 측 대리인인 변호사는 “피고 측이 준비한 서면 자료의 요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답안지 파쇄 이후 피해를 본 수험생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해왔고, 이에 위자료 청구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답안지 파쇄 건은 지난 4월 23일 서울 은평구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제1회 정기기사·산업실기 시험’에서 불거진 사건이다. 건설기계 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생 609명이 필답형 답안지가 시험 종료 후 인수인계 되는 과정에서 착오로 파쇄된 것이다. 답안지는 원래 시험장에서 공단 서울서부지사를 거쳐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옮겨져야 했지만, 서부지사에서 답안지를 담은 포대가 폐기 대상 포대와 섞이면서 파기됐다.
어수봉 당시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5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진화에 나섰다. 어 전 이사장은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어 전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났으며, 공단은 피해 수험생 613명에게 1인당 1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피해 수험생 613명 가운데 566명은 재시험을 치렀다.
다음 변론 기일은 12월 7일 오전 10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