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우 회장은 산업은행이 영구채를 전환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못 박았다. 산업은행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다가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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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자본시장에 따르면, 우 회장은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HMM 인수 후보군으로 다양한 대기업 그룹이 거론되나, 이 중 인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SM그룹이 처음이다. 그는 HMM의 적정 가격을 4조원으로 보고, 최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 회장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될 시 매각 실패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인수 측의 부담을 덜어주길 바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배임 논란 등을 의식해 오는 10월로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의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5000원)의 4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HMM의 몸값은 4조원 가량이 불어나게 된다.
산업은행은 인수 측의 부담 등을 감안해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된 지분에 대해서는 원하는 만큼만 사갈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가가 조 단위인 만큼, 인수 후보군이 다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은행 역시 고심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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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인수합병)로 사세를 불린 만큼 이 분야 전문가로 불리는 우오현 회장이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대출 등 레버리지를 활용하더라도, 그룹 전체가 보유한 현금과 예상 매각가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우기원 부사장은 최근 HMM 지분 매입 자금을 이미 보유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을 통해 조달하기도 했다.
정부는 HMM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대기업이 인수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M그룹 이외의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이 거론된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핑(인수 의사 타진) 결과 HMM 인수에 관심 있는 후보 기업이 적지 않다“며 ”국적선사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만큼 HMM 인수를 통해 한국 해운산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자본·경영 능력을 갖춘 업체가 인수기업이 되길 원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