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일진머티리얼즈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변경하고 롯데그룹사로 새롭게 출범한다. 롯데그룹이 2조7000억원을 투자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작업이 사실상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수합병으로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완성하면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진머티리얼즈, 롯데 간판 달고 새출발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김연섭 신임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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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머티리얼즈는 14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상호를 변경하고, 김연섭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CSO)이 부사장으로 승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연섭 신임 대표이사는 롯데케미칼의 ESG경영본부와 안전환경부문을 총괄하면서 재활용·바이오 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 투자를 이끌며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0월 롯데그룹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전격 결정 후 국내 및 해외 기업결합신고 등을 진행했으며, 이날 잔금을 납부해 롯데케미칼의 자회사로 편입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이 동박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갖추게 됐다. 현재 롯데그룹 중 롯데알미늄은 양극재용 알미늄박,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용 분리막과 전해액 유기용매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동박제조업체까지 인수하면서 리튬이온배터리에 필요한 4가지 전지소재를 모두 확보하게 됐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인 일진머티리얼즈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운영하며 약 6만t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스페인, 미국에 공장을 신설해 생산량을 2027년까지 23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박은 머리카락 15분의 1 두께의 얇은 구리막으로,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의 핵심 소재로 쓰인다.
롯데케미칼, 사업 다각화 속도..실적 반등 기대
이번 인수합병으로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소재 업체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업종은 업황에 따른 실적 부침이 크다. 석유화학 비중이 큰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고유가에 따른 원료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로 758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사업부문의 경우 5541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롯데케미칼이 돌파구를 찾은 것이 이차전지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 다각화이다. 롯데케미칼은 분리막용 PE, PP를 생산하고 있으며, 대산공장 내에 3500억원을 투자해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 제품인 EC(에틸렌 카보네이트)와 DMC(디메틸 카보네이트), EMC(에틸 메틸 카보네이트), DEC(디 에틸 카보네이트) 생산 설비를 짓고 있다. 1차 생산시설은 올해 하반기, 2차 생산시설은 내년 상반기 중 준공할 예정이다. 특히 핵심 원료(HPEO, CO2) 자체 생산 설비도 갖추고 있어서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어 미국 사솔케밀과(SASOL 케미칼)과 미국현지 공장 건설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케미칼과 롯데알미늄은 미국내 자회사를 통해 약 3300억원을 투자, 양극박 생산 합작법인인 ‘롯데 알미늄 머티리얼즈 USA’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안정성과 에너지효율이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분류되는 바나듐이온 배터리의 경우, 이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 스탠다드에너지에 650억원을 투자해 지분 15%를 취득하며 2대 주주로 올랐다.
| 롯데그룹 화학군 배터리소재 주요 투자 현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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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은 당초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 분야에 총 4조원을 투자해 연 매출 5조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번 인수로 매출 규모 목표는 7조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김연섭 신임 대표이사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범용 동박 제품부터 고강도, 고연신의 고부가 제품군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보유한 미래 성장성이 기대되는 회사”라며 “롯데그룹 화학군의 핵심 자회사로 유럽 및 미국 등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배터리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