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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서 벤처캐피탈 업계 ‘큰손’인 비노드 코슬라를 향해 “제발 트럼프에 대해 정신나간 짓(deranged) 좀 하지 말아라”라고 쏘아붙였다. 코슬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머스크를 추종했던 녹색 기술 투자자들은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을 두고 “배신자(traitor)”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X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대권을 포기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드림팀”이라고 적었는데, 이에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 박스의 에런 레비 CEO는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나이퀼(감기약) 복용 후 취했을 때 꾸는 꿈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자 색스는 재차 “한 표도 받지 못하고 언론 인터뷰도 안 하고 연설 원고만 그대로 따라 읽는 후보에게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되받아쳤다.
이처럼 미 대선을 앞두고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예전 친구나 직장 동료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 등 예상치 못한 공개적인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역대 미 대선에서 실리콘밸리는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으나,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머스크를 필두로 영향력 있는 소수 리더 그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그동안 정치와 관련해선 침묵을 지켜왔던 다른 리더들의 반발을 촉발했다”고 짚었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캠페인을 운영하는 홍보 전문가 샘 싱어는 “실리콘밸리는 지금 매우 긴장이 고조된 상태”라며 “함께 사업을 영위하는 두 개의 상반된 개인 진영이 있다. 이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관련 스타트업 투자로 유명한 조시 펠서는 지난달 링크드인을 통해 자신이 지원했던 창업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을 비난했다. 그는 “지금까지 함께 일했던 동료 및 친구들이 트럼프 도당(cabal)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하다”며 “우리 관계는 영원히 달라질 것이고, 역사는 그들을 절대 호의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아직까진 실리콘밸리 전반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기술업계 여성 종사자들을 비롯해 해리스 부통령 지지자들은 ‘카멀라를 위한 테크’(Tech4Kamala), ‘카멀라를 위한 벤처캐피털 투자자들’(VCs for Kamala), ‘카멀라를 위한 창립자들’(Founders for Kamala) 등과 같은 단체를 만들었다. 이들 단체에 속한 200여명은 지난 7월 31일 웹사이트를 통해 공동성명을 내고 오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서약했다.
비디오 게임 회사 징가의 공동 창립자인 마크 핀쿠스는 “우리는 모두 너무 멀리 갔다. 우리 편이 옳다는 생각에 매몰돼 상대를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공개 비난을 자제하고 자성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두 후보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WSJ은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정치적 분열로 기업들 간 관계가 냉각되고 오랜 우정이 시험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