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장애인 위한 '쉬운 판결서' 도입 추진한다

내년 전문기관과 협약…2026년 본예산 편성
'각하'→"소송 못받아들여"…661개 시각자료 개발
법원 내부망에 전용게시판 신설·매뉴얼 제작중
시범법원 선정 대신 각 재판부 판단에 맡겨
  • 등록 2024-12-23 오후 1:58:12

    수정 2024-12-23 오후 1:58:12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법원이 장애인과 노인 등 정보약자를 위해 법률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이지리드(easy-read·쉬운) 판결서’ 제도의 본격 도입을 추진한다. ‘각하’를 “이 소송은 받아주지 않는다”로, ‘기각’을 “원고가 원하는대로 해줄 수 없다”로 설명하는 등 그림과 쉬운 말로 판결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제도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했던 ‘시각자료 개발 연구’가 최근 완료되면서 이를 토대로 한 제도화 작업이 시작됐다.

2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이지리드 판결서의 제도화를 위해 ‘장애인 등을 위한 사법지원 예규’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예규에는 이지리드 판결서 작성의 기본 사항이 포함될 예정이며, 필요시 별도 예규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법원은 구체적인 도입 일정도 수립했다. 법원행정처는 2025~2029년 중기사업계획에 이지리드 판결서 관련 예산을 반영해 오는 2026년 예산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이 확보되면 2025년 내 외부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시각자료 제작을 위탁할 계획이다.

자료: 법원행정처
자료: 법원행정처
이지리드 판결서의 실무 적용을 위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법원은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장애인 등 사법지원’ 게시판을 신설해 판사들이 시각자료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이지리드 판결서 작성을 포함한 실무 매뉴얼과 교육 동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다만 시범 실시 법원을 별도로 선정하지는 않는다. 법원행정처는 “이지리드 판결서 제공 여부는 각 재판부에서 당사자에게 해당 판결서가 필요하고 적절한지를 고려해 결정할 재판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법원행정처는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이지리드 판결서 작성을 위한 시각 자료 개발 연구’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발달장애인 등 정보약자를 위한 이지리드 판결서 시각자료 661건을 개발했다. ‘각하’ 대신 “이 소송은 받아주지 않는다”, ‘기각’ 대신 “원고가 원하는대로 해줄 수 없다” 등 쉬운 표현과 그림으로 법률 용어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추가 개발도 이어갈 계획이다. 법원행정처는 ‘알기 쉬운 법률용어 기초편’ 개발을 위한 입찰공고를 진행 중이며, 기초편 개발이 완료되면 심화편 등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현재 신규 법원사무관 교육, 전문법관 연수 등에서 장애인 사법지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과정에서 이지리드 판결서 작성 부분도 교육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교육은 더 많은 사례가 축적된 후에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2025년 내에 외부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 업무 위탁 프로세스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차세대전자소송 및 형사전자소송 개발이 진행 중인 탓에 별도의 전산시스템 구축은 어려운 상황이다. 전담 인력 배치 계획도 아직 없다. 대신 각급 법원에 장애인 등 사법지원을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법원행정처는 밝혔다.

개발된 시각자료 예시 (자료: 법원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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