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란을 일으켰던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에 대한 보복이 시작됐다. 프리고진이 소유한 기업들을 압수수색하고 해당 기업을 매각하는 등 프리고진 지우기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 연방보안국(FSB)은 바그너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이후 바그너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서다. 압수수색 대상 중 한 곳은 바그너 그룹의 심장부인 패트리엇 미디어그룹이 포함돼 있다. 이곳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작을 시도했던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의 모기업으로, 프리고진의 친러 메시지 선동기관이다. 푸틴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디어를 장악하면서 프리고진의 러시아 내 영향력을 제거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WSJ는 특히 패트리엇 미디어그룹이 리듬체조계 전설 알리나 카바예바 의장을 맡고있는 내셔널 미디어그룹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리듬체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바예바는 적어도 푸틴의 세자녀의 어머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다만 푸틴이 바그너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바그너그룹이 관리해온 사업체가 100개 이상이고, 점조직처럼 세계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과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WSJ는 “역사상 가장 복잡한 기업 인수합병이다”며 “푸틴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정보기관이 그에 대한 암살 계획을 수립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우크라이나 군정보기관(GUR)을 관할하는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정보부장은 지난달 29일 미국 군사 매체 ‘더워존’과 인터뷰에서 “FSB가 프리고진을 암살하는 임무를 맡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성공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적절한 접근을 취하고 대규모 작전을 추가할 준비가 되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