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도 ‘페트병 무인수거기’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물가에 지친 시민들이 개당 10원의 적립이 가능한 페트병을 버리기 위해 ‘오픈런’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도심 지역에선 직장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 극대화를 위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19일 오전,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페트병 무인회수기 앞에는 폭염 속에서도 주민 10여명이 쓰레기 다발을 든 채 줄을 길게 서 있었다. 페트병을 포인트로 적립하는 일명 ‘쓰테크(쓰레기+재테크)’를 위해 수거 시간에 맞춰 30분째 대기하는 모습이다. 이 무인회수기에 빈 페트병을 넣으면 한 병당 10원씩 하루 최대 50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무인회수기의 용량이 적은 탓에 일부 주민들은 수거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하거나 늦으면 다른 수거기까지 원정을 나서는 경우도 빈번했다. 주민 강모(31)씨는 “내 차례가 오기 전에 수거함이 가득 차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변에 있는 수거 가능 기기를 찾아 움직이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도 된다”고 설명했다. 환경미화원 A씨는 “(페트병 수거가) 활발한 지역은 확실히 길거리 쓰레기가 덜한 편”이라며 시민들의 쓰테크 참여 열기를 실감한다고 전했다.
페트병 무인회수기를 제작한 업체 수퍼빈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7월까지 수집된 빈 페트병은 4억 2000만병, 빈 캔은 1억 3650만캔으로 총 누적 환전 금액이 37억 원이 넘는다. 10년도 안 되는 새 무인회수기는 전국에 총 1239대, 서울시 내에만 201대가 설치됐다.
|
컵 회수를 위해 별도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본인인증 및 계좌연결을 해야 하는 등 참여 절차가 복잡하고, 컵을 반납하기 위해 다시 카페로 와야 하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곳 일대에서 근무하는 최모(40)씨는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지만 굳이 100원을 받으려고 수고스럽게 다시 카페를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한 카페들도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카페 직원들은 “컵을 반납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고 심지어 오픈한 지 3시간이 지났는데도 회수함의 전원을 켜지 않은 카페도 있었다.
앞서 환경부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내게 하고 컵 반환 시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전국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자율 시행에 맡기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그나마 제도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제주도의 경우 일회용컵 반환율이 지난해 10월 78%에서 최근 54%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일회용품 사용 및 재활용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참여자 설정, 교육과 홍보, 편의성 증대, 인센티브 제공 등 다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업체(카페 등)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소비자와 시민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행정적 기술적 장애 요인을 파악하고 단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