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은행들, 3월 20% 이상 주가 폭락…신용위험 우려↑

도이체방크·SC·소세에테제네랄·ING 등 줄줄이 급락
CS AT1 상각에 코코본드發 자금조달 악화 이슈 부각
美부동산 위기설·금리인상 따른 역마진 우려도 영향
"재무상태 무관 '불안이 불안을 부르는' 위기 경고음"
  • 등록 2023-03-27 오후 2:40:50

    수정 2023-03-27 오후 2:40:5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붕괴 충격이 유럽까지 휩쓸고 있다.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촉발한데 이어 유럽 대형 은행들의 주가를 3월 들어서만 20% 이상 끌어내리는 등 신용위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진=AFP)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2월말 대비 27.6% 낮아진 8.54유로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27.2%·BNP파리바 23.7%,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24.5%·바클레이스 23.3%, 네덜란드 ING그룹 21.8% 등 유럽 경제를 주도하는 각국 대표 은행들의 주가도 일제히 20% 이상 하락했다. 이는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의 하락률(-4.6%)을 크게 웃도는 낙폭이다.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170억달러 규모 AT1 코코본드(조건부전환사채)를 전액 상각한 것이 단초가 됐다. 대형은행의 AT1마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면서 다른 은행들의 채권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결과적으로 은행들의 코코본드 발행이 어려워져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도이체방크 등 유럽 대형 은행들이 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헤지펀드 등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SVB 붕괴를 계기로 은행들이 주택저당증권(MBS) 매물을 쏟아내면 채권 가격이 하락, 은행권 위기가 부동산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일부 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심각한 압박을 주고 있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SVB 등 미국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장기 채권들이 역마진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6일 SVB·CS 사태 와중에도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 7개월 만에 제로였던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렸다. 영란은행(BOE) 역시 23일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 2021년 12월 이후 11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지속했다. 0.1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4.25%로 높아졌다.

문제는 유럽과 영국의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1월 연 10.1%에서 2월 연 10.4%로 오르며 넉달 만에 반등했다. 2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대비 8.5% 상승, 전월(8.6%)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ECB와 BOE가 예상보다 더 오래 긴축 기조를 유지, 역마진 이슈 또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재무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말 기준 핵심 자기자본비율은 13.4%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목표치(12.5%)를 상회했다. 그럼에도 은행주 주가가 하락한 것은 경영·재무 안정성 등과 무관하게 ‘불안이 불안을 부르는’ 형태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도이체방크가 위기에 휩쓸리면 다른 유럽 은행들로 빠르게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지난 24일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까지 나서 “도이체방크는 수익성이 매우 높은 은행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시장 안정화를 도모했다. 모건스탠리의 그레이엄 섹커 유럽 주식 전략가는 “향후 몇 주 안에 근거를 수반하지 않는 신용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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