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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막겠다며 관련법 강화에 나섰습니다. MOU(업무협약) 체결이나 인수합병 등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기업 활동은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건데요. 재계에서는 실효성은 의문인 가운데 기업 통제를 강화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문다애 기자입니다.
<기자>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협하는 핵심 산업기술 유출. 이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팔 걷고 나섰습니다. 문제는 실효성과 의도가 의심받고 있단 겁니다.
지난해 11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를 통과한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논란의 대상입니다.
개정 명분은 ‘국가핵심기술 보호’인데, 대부분 조항이 기업 활동 이전에 산업부에 신고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한다는 강제적 조항입니다.
정부가 기술유출 방지를 명분으로 기업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입니다.
주요 내용은 ‘국가핵심기술 직권 판정 신청 통지제 및 보유기관 등록제 도입’, ‘국가핵심기술 수출, 해외 인수·합병 관련 심사 절차 규정’, ‘승인·신고 없는 수출·해외 인수합병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중지 관련 조치명령 부과 등’ 입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기업에 ‘직권으로’ 국가핵심기술 여부를 판정 받으라고 강제하고, 다수 법조항에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 등 강제성 조건을 붙였습니다. 기술 유출시 산업부에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일례로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 수출시 사전에 산업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재계에선 협상 중인 사안이 신고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기업 보안최고책임자(부사장) A씨>
“해외에 산업을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해외 어떤 당사자들과 사전에 긴밀한 논의가 있은 이후에 협상이라는 단계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동업이라든지 어떤 지분에 대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습니까? 기업이 경영활동을 했을 때 어느 정도 기밀성도 필요하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모두 다 산자부에 미리 신고해야 된다는 부분은 경영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외국인 투자를 어렵게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외국인과 해외 인수합병 등을 하려면 미리 상대방과 공동으로 산업부에 신고해야 하는데, 외국 기업이 우리 정부에 수시로 자료를 제공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이는 ‘외국인 투자촉진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입니다.
외국 기술자를 채용해 운영하는 현지 법인의 경우 이들과 기술 협의나 자문도 수출 신고로 봐야하는지 등 기준 역시 모호합니다.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을 행정기관에 신고한다는 것은 피의사실 공표 등 현행법과 충돌할 수 있고, 기술유출 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주요 대기업 보안최고책임자(부사장) A씨>
“일반 행정기관에게 수사 내용이 공유된다는 게 비밀 유지성 측면에서도 (기술 유출한) 상대의 방어권을 더 강화시키는”
재계는 산업스파이를 ‘민간 간의 기술 침해’로 판단해 ‘산업기술보호법’으로 규제할 것이 아니라, 이를 국가 경쟁력을 저하 시키는 행위로 여기고, 국가안보 모법인 형법 제98조 일명 ‘간첩법’ 개정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형법 제98조는 간첩을 ‘적국(북한)’으로만 한정해 ‘외국’은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안보인 시대에 발 맞춘 변화가 필요하단 겁니다.
<주요 대기업 보안최고책임자(부사장) A씨>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행위이기 때문에 간첩죄로 다스리는 게...이미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이나 중국까지도 그런 형태로 지금 법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우리가 좀 더 뒤떨어져 있지 않나”
현재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상황. 이 법이 원안대로 통과돼 시행될 경우 기업활동만 위축시킬 것이란 재계 우려에 국회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데일리TV 문다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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