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주차장도 들어오려고 해요”..집회에 몸살 앓는 수원 광교

경기도청·의회·교육청 입주 후 집회건수, 규모 늘어
수원남부서 관할 연간 461건서 1년새 612건으로 증가
어린이집 불과 100미터 안팎서 이어지는 집회에
학부모 및 인근 아파트 주민들 불만과 우려 고조
  • 등록 2024-11-25 오후 1:36:45

    수정 2024-11-25 오후 1:36:45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간혹 집회 측에서 어린이집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냐는 문의가 들어올 때가 있다고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이게 상식적인 일인가 싶기도 하죠.”

경기도청 직장어린이집에 5살 난 아들을 보내는 학부모 A(41)씨는 최근 부쩍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이를 직장과 가까운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격해지는 주변 집회 소음이 자신의 사무실까지 들릴 때면 ‘우리 아이는 괜찮으려나’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경기도청 앞에서 신천지 신도 2만5000여 명이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의 종교행사 대관 승인 취소에 대해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을 품은 수원 광교신도시 일대가 늘어나는 집회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집회 참여 단체의 규모가 커지고 방식도 과격해지면서 도로 정체와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수원남부경찰서 관할 지역 내 개최된 집회건수는 2021년 461건에서 2022년 612건, 지난해 633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수원남부서는 경기남부 최대 유동인구밀집지역인 인계동과 수원시청, 수원지검·고검과 수원지법·고법이 위치한 법조타운 등을 관할하는 1급지 경찰서로 기존에도 법원·검찰청 앞과 시청 앞에서 다수의 집회가 벌어졌던 곳이다.

하지만 2022년 5월 경기도청이 광교로 이전하면서 집회 개최건수는 2021년 461건에서 그해 612건으로 150건가량 늘어났다. 정확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집회 규모 또한 경기도청 이전 전과 후로 극명히 나뉜다.

경기도의회의 ‘경기도 사무위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반대하는 회계사들이 보낸 근조화환 수십 개가 25일 경기도의회 인근 아파트 단지 옆에 늘어서 있다. 조화가 배치된 곳에서 불과 100미터 앞에는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다.(사진=황영민 기자)
한 경찰 관계자는 “이전에도 남부서는 집회가 많기로 유명했지만 도청과 교육청이 들어온 뒤부터는 도로 통제 상황까지 가는 대규모 집회가 빈번해졌다”며 “남부서 인력만으로는 현장 커버가 안 되는 상황까지도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에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 2만5000여 명이 지난 15일 경기도청 앞에 몰려온 바 있다. 경기관광공사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지난달 30일 예정됐던 종교행사 대관 승인을 취소한 데 반발한 이들의 집회로 당시 경기도청·도의회·교육청이 입주한 경기융합타운 2번 게이트부터 경기도청 입구까지 1km가량 교통이 통제되고 시간당 수십 건의 소음민원이 경찰에 접수됐다.

지난 19일 경기도교육청 일대에서 진행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의 오체투지로 일대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며칠 뒤인 19일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가 공무원과 교육공무직 간 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경기융합타운을 둘러싼 5km 구간 도로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도 경기도청 입구에는 신천지 신도 1000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장소 맞은편 아파트 앞에는 경기도의회의 ‘경기도 사무위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반대하는 회계사들의 근조화환 수십 개가 줄을 잇고 있었다. 200여 명의 아이들이 있는 어린이집과는 불과 100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다.

광교신도시 조성 초기였던 2012년 도청 옆 아파트에 입주한 이모(65)씨는 “경기도청 공사 중에도 집회가 더러 있었지만 요즘에는 집회가 있는 날에는 시끄러워서 낮에 집에 있지 못할 지경”이라며 “교육청까지 들어오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집회를 하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는 되지만 사는 주민들 입장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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