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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상 물리·수학 부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임지순 교수는 고체물질 형성에 필요한 총 에너지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혁신적 방법을 고안해 ‘계산재료 물리학’ 분야를 새롭게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임 교수의 계산법은 슈퍼컴퓨터에 접목돼 새로운 물질의 설계와 합성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가 됐으며, 향후 에너지 저장 및 이산화탄소 제거용 나노 신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 수상자인 최경신 교수는 에너지 과학 분야의 세계적 리더로, 광전극 물질과 촉매 연구를 통해 친환경 수소 생산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공학상을 받는 선양국 교수는 리튬이온 전지의 양극재로 주로 쓰이는 니켈·코발트·망간 화합물에 농도구배형 구조를 세계 최초로 적용해 전지의 안정성과 수명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배터리 분야의 선구자적 연구자로 잘 알려졌다. 의학상 수상자인 마샤 헤이기스 교수는 세포 대사활동의 노폐물로 알려진 암모니아를 암세포가 영양분으로 재활용함으로써 암세포의 증식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암 발생 및 암 대사학 분야 전문가로, 세포 내 암모니아 재활용 억제를 통한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친이 한국계이다.
호암재단 측은 올해 에너지·환경·질병 등 인류가 당면한 위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혁신 연구업적들을 평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경신·마샤 헤이기스 교수 등 한국계 젊은 여성과학자 2명이 선정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6월1일 열린다. 1991년 제정된 삼성호암상은 올해 제33회 시상까지 총 170명의 수상자들에게 325억원의 상금을 수여해왔다.
호암재단은 2021년부터 ‘국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안에 따라 기존 1명에게 수여해오던 호암과학상을 물리·수학, 화학·생명과학 등 2개 부문으로 확대해 시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릴수록 산업 생태계의 기초가 더 단단해지는 한편, 국가 경쟁력 역시 높아질 수 있다며 시상 확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학계 안팎에선 스웨덴 노벨상이 과학상을 물리상·화학상 등 2개 부문으로, 홍콩의 쇼(Shaw)상도 천문학·수학 등 2개 부문으로 확대해 시상한 것처럼 호암과학상 역시 국제 과학계의 흐름에 부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삼성호암상을 제정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기여했다면, 이재용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국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삼성호암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셈”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