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빠진 큰손, '차이나머니' 끌어당기는 신흥국

차이나머니, G7 투자액 6년 만에 90% 급감
미중 갈등·자본유출 통제에 선진국 투자 여력 줄어
'니켈 부국' 인니. 올 상반기에만 中서 6조원 유치
  • 등록 2023-07-24 오후 3:39:31

    수정 2023-07-24 오후 7:32:49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차이나머니가 미국·유럽 등 서방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때는 선진국 기업·자산을 집어삼키는 ‘큰손’으로 군림했지만 미·중 갈등과 중국 당국의 자본 유출 억제 등이 맞물리면서 기세가 꺾였다. 중국 자본은 대신 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국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사진=AFP)


中 해외투자 포트폴리오서 美 비중 25%p 감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기업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주요 7개국(G7)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이 2016년 840억달러(약 107조원)에서 74억달러(약 9조5000억원)으로 91% 감소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기간 유엔 무역개발회의가 집계한 중국의 해외투자 총액이 18%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감소세가 훨씬 가파르다. G7에 대한 투자 건수도 2016년 120건에서 지난해 13건으로 90% 가까이 줄어들었다.

투자 비중을 봐도 차이나머니의 탈(脫)서방 현상이 완연하다. 지난해 중국의 해외 투자액에서 미국과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과 비교해 각각 25%포인트(p), 12%p 줄어들었다. 2017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등 서방세계와 중국 간 대립이 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WSJ은 투자 감소를 중국 경제과 서방과 분리되고 있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데릭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시진핑이 건재한 한 (중국의 해외투자가) 2016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부의 사정도 해외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자본 유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다. 이후 코로나19와 위안화 약세 등 중국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 여력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 결과 2016년 1960억달러(약 251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중국의 해외투자액은 지난해 1470억달러(약 188조원)로 감소했다.

과거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이 430억달러(약 55조원)를 주고 스위스 농업회사 ‘신젠타’를 인수했던 것과 같은 ‘빅딜’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안방보험이 2015년 맨핸튼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에 샀던 것 같은 굵직한 거래가 자취를 감췄다. 루이스 커쉬 S&P글로벌레이팅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선진경제에 투자할 여력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아프리카 신흥국으로 눈 돌리는 中 자본

서방 투자가 어려워지자 중국 기업은 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잠재적 소비층이 될 인구가 많고 전기차·재생에너지 등 중국 주력산업에 필요한 자원이 풍부한 지역들이다. 서방 등과 비교하면 중국과 정치적으로도 원만한 관계라는 것도 투자 요인으로 꼽힌다.중국의 해외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동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2022년 각각 18%p, 15%p 증가했다.

특히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된 인도네시아는 올 상반기에만 50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이르는 차이나머니를 끌어들였다. 브라질 역시 이달 중국 자동차 회사 비야디(BYD)로부터 6억달러(약 7700억원)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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