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기업 리커전(Recursion)에 60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AI 바람이 IT 업계를 넘어 바이오업계까지 퍼져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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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리커전에 5000만달러(한화 약 638억원)을 투자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리커전은 인체 바이오 데이터를 AI로 분석·가공해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현재 뇌 신경질환과 난소암 등 다섯 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리커전에 거액을 투자한 건 바이오 관련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화학·생물학 데이터 학습에 특화한 AI 거대언어모델(LLM)인 바이오니모(BioNeMo)를 공개했다. AI를 학습시키는 데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리커전과 바이오니모가 힘을 모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크리스 깁슨 리커전 최고경영자(CEO)는 “리커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물학과 화학 분야의 최신 지식과 기술·자동화 등을 활용해 몇 년 안에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오와 IT를 접목하려는 기업은 엔비디아만이 아니다. 지난 4월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IBM과 힘을 합쳐 의료용 ‘메신저 리보핵산’(mRNA·유전정보를 받아 단백질 합성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 치료제 개발에 AI와 양자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후 구글도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인 ‘타깃 및 리드 식별 제품군’과 ‘멀티오믹스 제품군’을 선보였다. 각각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와 게놈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리커전 역시 같은 달 IT 기업 시클리카와 밸런스를 연달아 인수하며 AI 관련 역량을 강화했다.
스콧 쇤하우스 키뱅크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에 대해 “(의료용) 약물·성분 개발 단계에 AI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