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2일 대구 황금동에서 일어난 아파트 화재 원인은 곰탕을 끓이던 가스버너의 부탄가스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 2일 대구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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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3일 오전 소방,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 감식을 마친 뒤 “부탄가스 통은 터진 것이 없다”면서 “거주자가 ‘펑’ 소리를 들었다고 해 폭발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스프레이형 살충제가 발화해 터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불이 난 집 베란다에선 휴대용 버너로 곰탕을 끓이고 있었는데, 그 주위에 스프레이형 살충제가 있었고 그것이 폭발한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준열 대구 수성소방서 예방홍보팀장은 “뒤 베란다에서 일회용 부탄가스를 올려놓고 음식물을 조리하다가 잠시 쉬는데 잠이 들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버너가 과열된 건 맞지만, 부탄가스통은 ‘파열 방지 기능’이 작동해 터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15층 뒤 베란다에서 불이 난 건 전날 오전 8시 59분께다.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2시간 27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 2일 오전 8시 59분께 수성구 황금동 한 아파트 15층 뒤 베란다에서 불이 났다가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2시간 27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사진은 화재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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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로 집안에 갇혀 있던 주민 9명이 구조됐으며, 주민 21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고층에다 연기가 확산돼 자칫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됐지만 물에 적신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대피하는 등 주민들의 침착한 대처가 빛났다.
실내에서 구조된 주민 9명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막고 화장실로 대피해 구조대를 기다렸다.
총 48세대가 연기로 인한 그을림 등 피해를 당했으며, 재산 피해는 소방서 추산 1억6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단지에선 공동주택 화재보험에 가입했으나, 개별 세대는 화재 보험 미가입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는 피해자 임시 거주처를 마련했으나, 현재는 모두 퇴소한 상태다.
경찰과 소방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나 화재 현장이 심하게 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